학교라는 곳은 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20여 년전, 내가 재직하고 있던 학교는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을 실패한 학생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패배의식과 피해의식, 그리고 목표상실 등이 팽배해 수업에 대한 의욕도 약하고 일부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거침없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였지만 각자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여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빗나간 학생들의 언행으로 자괴감이 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가정교육의 부재와 학생들의 인성 탓을 하곤 했다. 개인적으로도 1년 병가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한 상태였기에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만 했지 어떠한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신충선 선생님이 마음공부방에서 장산종사님을 모시고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었다. 바로 일상수행의 요법 1,2,3조를 통해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심지(心地)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自性)의 정(定)을 세우자'

심지는 바로 내 마음 밭을 의미하니, 살아있는 기름진 땅에서는 갖가지 풀과 꽃이 나오듯이 내 마음 밭에서도 천만가지 마음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의 마음은 원래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화나고 밉고 짜증나기 전의 마음, 고요하고 두렷한 마음이 바로 원래 마음이라고 했다.

병가 휴직 후 재발의 두려움으로 늘 몸에 이상이 있을 때마다 불안해했던 나는 마음을 멈추고 대조하고 취사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갈 수 있음을 몸으로 체득하며, 일상수행의 요법 1,2,3조를 만나게 되었다. 일어나는 마음을 살피며 경계를 발견하여 기재한 일기를 발표하고 장산종사님과 박선태 교무님의 감정을 받으며 '나의 분별성과 주착심이 나를 괴롭히는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즐거움과 행복 속에서 살게 되었고, 가슴이 꽉 차 오르는 마음공부의 위력과 힘을 얻으면서 학생들에게도 이 좋은 법을 전해서 마음공부를 시켜보자는 의욕이 생기게 됐다. 아직 공부가 부족하고 지도를 제대로 해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주위의 격려와 도움을 받으며 매주 화요일 '솔솔송 마음공부방'에서 마음대조 공식을 배우고 익혀갔다. 그리고 다음날 동아리 활동 시간엔 방송부원들과 배운 그대로 가르치고 일기를 기재해 돌려가면서 발표도 하고 나 또한 아이들과 일기를 발표하며 감정도 해주었다. 힘을 키우는 공부를 계속하게 되니 내 안에서 나오는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안아주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자 내 삶도 즐거워졌다.

확신과 의욕이 전달되어서일까? 이기적인 행동과 뒷담화, 시간 관념 부족과 책임감 부족 등으로 방송실 운영에 늘 옥신각신했던 아이들은 경계 상황을 마음대조일기에 솔직히 기재하고 발표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상대방을 이해해주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앗, 경계!' 소리와 '나는 원래 훌륭한 사람입니다'라는 말이 한참 방송실에 떠다녔다. 학생들의 고민과 갈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 인성교육과 생활지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1997년 이렇게 시작된 마음공부는 원불교 무늬 교도가 원불교 진짜 교도가 되는 기회가 됐다. 또한 원불교 마음공부교사회의 도움으로 방송부 학생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년의 마음공부 일기를 모아 3년에 걸쳐 마음공부 일기를 엮어갈 수 있었다.

/영등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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