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며 어느 청년이 복권 한장을 내게 선물했다. "이게 뭐니?"하고 묻자 그 청년이 대답했다. "로또에요. 올 한해 대박나시라고요…" 주는 선물인데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았다. "나름 재미삼아 그런 모양인데, 챙겨주는 그 마음이 고마운 것이지"하고 생각하면서 그 청년에게 말했다. "어차피 지어놓은 복이면 어떻게든 내가 받을 것이고, 내 복이 아니면 로또 한 장이 아니라 천만장을 줘도 못 받을 것인데 굳이 이런 게 필요 있을까?"

우리는 가끔 막연한 바람을 가질 때가 있다. 이 복권처럼 어떤 일을 하면서 쉽게 큰 이익을 보려고 하는 그런 기대감 말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서울교당 건축 감역시 일꾼들이 "사람이 아무리 애를 써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반드시 우연한 음조(陰助)가 있어야 한다"는 대화를 듣고 "그 모든 것이 다 각자의 심신을 작용한 결과로 과거에 자기가 지은 바를 현재에 받게 되고 (중략)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치 아닌 자리에 부귀와 영화를 억지로 구하며 빈천과 고난을 억지로 면하려 하나, 지혜 있는 사람은 이미 지어놓은 죄복은 다 편안히 받으면서 미래의 복락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며…"라고 말씀했다. (<대종경> 인과품 15장)

무슨 일이든 짓지 아니하면 우연한 음조는 없다는 것과 정당한 복락을 구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법문이다. 지난해 우리는 부당한 행동으로 자기 자신과 이 나라까지 망쳐버린 최순실이라는 인과의 산경전을 보았다. 아마 그의 마음에도 복권 한장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작은 욕심처럼, 수고 없이 쉽게 얻으려는 사행심으로 시작됐을 것이다. 우리 역시도 그런 사행심이 복권 한장처럼 마음에 숨어있을지 모른다.

나 자신에게 부터 물어볼 일이다. 교화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우리교당은 청소년 교화가 안된다"고 걱정만 하지는 않는지, 공부는 등한시 하면서 높은 법위를 받고 싶어 하지는 않는지, 오만년 대운이라는 대종사의 말씀만 믿고 "우리회상은 걱정없어!"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또 새해를 맞이하지는 않는지 말이다. 만약 이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것이 복권 한장을 바라는 사행심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지 않는다면 인과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이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어제가 별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날이 아니지만 훈련에 들어서면 결제식를 하고 해제식를 하듯, 새해는 경산종법사의 법문을 받들어 요행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공을 들이자'는 간절한 결제의 다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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