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훈 회장/원불교문인협회
원기75년(1990) 3월3일, 원불교신문사 회의실에서 원불교문인협회 창립 총회가 열렸다. 〈원불교신문〉에 난 해당기사(원기75년 3월16일자)에는 "원불교 교도로서 문학 창작 활동에 뜻을 두고 있는 문인들의 결속과 아울러 원불교문학 창달을 위해 동참하고 공동 노력한다"라고 되어 있다.

문화예술의 어느 분야보다도 저변이 넓고 활동의 여지도 큰 것이 문학이다. 원불교문인협회가 창립되기 오래 전에 원불교문학은 이미 태동됐다.

원불교문학의 태동

짙은 청람빛 하늘을 뚫고 새벽의 햇살이 반원형을 이루며 화살처럼 퍼져나갔다. 쪽창으로 들어온 가는 빛살이 젖은 걸레처럼 점점이 바닥에 깔려 있는 방이었다. 그 방안에 복중에는 큰 적이 들고, 온몸에는 종기가 가득한 26세의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원기 원년(1916) 4월28일 새벽이었다. 방안에 앉아 있는 청년은 훗날의 소태산 대종사, 바로 박중빈이었다. 그는 홀연히 정신이 쇄락하고 마음이 밝아지며 온몸이 상쾌하고 기운이 솟아나며, 영문이 열리고 오랫동안 쌓였던 모든 의문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계기를 맞이했다. 그간에 쌓이고 쌓였던 우주와 인간의 이치를 연마하자 모두가 한 생각을 넘지 않아 환하게 밝아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초가 밖으로 나왔다. 사면을 살펴보니 천기가 심히 청랑하고 별과 별이 교교했다. 제자리걸음으로 천만리를 가는 저 우주의 별이여, 별이여. 떠난 적도 없이 끝없이 떠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돌마음이여, 돌마음이여. 누가 그랬던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멀고 먼 여행자는 바로 자기 자신의 마음길이라고 했던가.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의 황홀한 감격을 오도송이라 할 수 있는 2구짜리 한시 대각송으로 표현했다.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
이로부터 원불교문학은 비롯됐다. 다시 말하면 원불교의 역사와 원불교문학의 역사는 일치한다.

원불교100년문학이라고 하지만 우리 원불교는 출현 배경이 일제강점기였고, 더욱이 그 일제강점기에 원불교 초창기 역사 30년 가까이를 지속했으니, 원불교문학은 참 불행하게 시작됐다. 말도 글도 자유롭지 못했던 그때, 소태산 대종사는 오도송, 가사 14편, 선시 9종, 문장 9종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대종사뿐만 아니라 정산 송규, 구타원 이공주, 주산 송도성, 삼산 김기천, 대산 김대거, 경산 조송광, 원산 서대원, 응산 이완철, 숭산 박광전, 고산 이운권, 범산 이공전 등이 뛰어난 작품들을 내놓아 원불교문학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 선진들의 작품 속에는 원불교문학의 원형이 담겨 있고, 세월이 흐를수록 빛나게 될 보물들이 들어있다.

원불교문인협회에서는 원불교문학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원불교문학이 불교문학의 아류로 취급되어서도 안 되고, '은(恩) 사상'이 기독교의 아가페와 혼동되어서는 곤란하고, 개벽사상이 동학이나 증산교의 유사품이 되어서도 안 된다. 원불교문인협회에서는 원불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이 독자적 색채를 띤 원불교문학을 빛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원불교문학사 시대적 구분

1)교조문학기(원기 원년~9년):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으로부터 시작, 불법연구회 창립, 익산총부 건설.
2)불연문학기(원기10년~30년): 저축조합, 방언공사, 법인기도 활동. 변산에 몸을 숨기고 본격적인 경륜 실현, 교법 제정 시기.
3)신종교문학 전기(원기31년~74년): 해방 후 불법연구회는 원불교로 거듭 태어남. 이 시기에 〈금강〉 〈원광〉 〈종교계〉 〈원불교 교보〉 〈원불교 청년회보〉 〈원불교신보〉 등 창간함.
4)신종교문학 후기(원기75년~현재): 한국사회에서 원불교가 신종교 선두주자로서 그 존재성을 드러냄. 이 시기에 원불교문인협회 창립(원기75년), 〈원불교문학〉 창간(원기80년), FM전북원음방송 개국(원기83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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