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만큼 돌려주는 세상 위한 인생2막

공무원, 활동가로 살다 연봉 없는 명예직 선택한 괴짜
자원봉사여행 통해 기부문화, 공정여행, 역량 키워
마음개벽과 사회개벽은 하나…대안적 시도 계속돼야

"천지보은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이제는 사)꿈에품에로 집중해 좀 더 훈훈한 세상 위한 보은의 삶을 살고 싶어요."

먹고살기 퍽퍽한 세상, 연봉 한푼 없는 명예직이 된 사람. 부르는 곳 많아도 실력과 노하우는 NGO에 오롯이 쏟겠다는 사람. 공무원이기도, 활동가로 인지도가 높지만 이제는 저개발국가로 향하겠다는 사람. 우리시대 괴짜이자 활불(活佛)인 그의 이름은 박경석, 사단법인 꿈에품에 이사장이다.

2009년 설립,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 '꿈을 키워주고 품에 안아주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지은 이름인 '꿈에품에'는 더 가진 자들이 더 많이 돌려주는 노블레스오블리주 운동으로 시작한 NGO다. "국가와 사회 속에서 도움을 받아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기에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그의 상생 정신은 사)꿈에품에의 기본 철학이다. 부가 집중된 기업가, 학계, 문화예술계의 인사들이 함께해 저소득층 청소년과 청년, 어르신들의 상황에 맞춘 환원이 되도록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매월1회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꿈품볼런티어', 해외개발지원활동 '더 나눔 프로젝트', KT 꿈품센터, 인도네시아 NGO 종사자들을 위한 한국어교실, 다락방경제교실, 베트남 람동성 협동조합 농장 조성, 참여형 생활예술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자원봉사(volunteer)와 여행(tour)을 합친 볼런투어(volunyour)입니다. 저개발국가를 여행하면서 일부를 기부해 그 지역에 도움이 되는 거죠. 현지주민들과 만나고 인간적인 연을 맺으면서 직접 돕기도 하고요."

사)꿈에품에가 하고 있는 대표적인 볼런투어는 라오스 4박6일로, 1인당 20~30만원이 기부되어 마을에 저수지를 만든다. 여행 중 주민들과 돌을 함께 나르는 등 실제 내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생생히 볼 수 있다. 라오스를 비롯, 미얀마에는 농장을, 베트남에는 축사를 지어주고 있으며, 경기도시공사 같은 공기업은 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과 미얀마에 각각 사)꿈에품에 책임자가 양성되기도 했다. 지원보다 현지의 전문가, 역량 개발이 먼저라는 방침의 결실이다.

"천지보은회 활동 당시 교단의 사회참여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때 배웠던 것,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풀어내는 것이죠." 그의 이름 박경석 세 글자는 원불교 사회운동의 상징과도 같다. 원기68년 대신교당에 입교하자마자 말그대로 원불교에 '푹 빠졌다.' 이후 서울시립대 시원회 활동에서도 그의 신심과 열정은 명성이 자자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원불교적인 삶이 뭘까 고민해보니 생태였습니다.우리 교법 사은사요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답할 수밖에 없는 교리적 체계죠. 응답할 수밖에, 소리낼 수밖에 없었죠."

그는 교단 최초의 제대로 된 사회참여조직 천지보은회 창립멤버로 새로운 역사를 세웠다. 지리산생명평화위령제, 종교환경연대 등 종교와 환경이 만나는 큰 흐름에는 그의 손이 안 간 데가 없었다.

"그러나 현장의 판단과 교단의 인식에 차이가 생겼고,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왔죠. 그렇게 천지보은회를 떠났지만 지금도 교단 안에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는 이른바 '어공(어쩌다공무원·별정직·전문계약직을 의미)' 7년 거치는 틈틈이 시민단체와의 연을 이어왔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사회통합위원회 대외협력관 등 공무원일 때는 수트 차림으로 청와대 등을 오갔고, 아닐 땐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위클리솔 편집장, 나눔문화연구소 등에서 캐쥬얼한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사)꿈에품에는 그런 그의 최종 목적지로, 도서출판 드림온에서 좋은 책을 만드는 것과 함께할 계획이다.

인생 2막을 올린 그가 본 우리 사회와 교단은 어떤 모습일까. "출가가 아닌 재가를 택했던 것은 당시 출가가 뭔가에 반대해 투쟁 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어요. 재가로 뛰어들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요즘 교단을 보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또한 탄핵이나 김영란법을 보면 세상도 참 밝아졌죠. 이런 흐름에 교단이 함께 가는 걸 보면 뿌듯해요."

다만 그는, 흐름에 역행하는 교단의 일부 권위성과 사드가 반생명 반평화 프레임이 아닌 성지수호에만 무게가 실릴까 우려를 표했다. 충분히 역할할 수 있는 재가들의 수동성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마음개벽과 사회개벽이 둘이 아닌 세상이라는 것이다.

"후천개벽종교인 원불교인들이 개벽적으로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재가출가 다 마찬가지예요. 대안적 삶에 대한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적잖이 물질화가 된 면이 있습니다. 교단 어디선가는 대안이 표준이되고 실험이 이뤄져야하죠. 그것이 100년 전 원불교가 나온 이유이자, 우리가 제시해야 하는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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