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0일인 9일을 막넘긴 12일에 참사 현장 인근인 전남 진도 팽목항을 다녀왔다. 2014년 4월 16일, 영원히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그날, 우리는 304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그것도 250명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로 인생의 아름다운 꽃을 채 피워보기도 전에 희생이 되어 우리를 더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 모두가 그들을 잊을 수 없어 애달파 하고 있다. 참사 1000일을 맞아 안산과 팽목항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즉각적인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다채로운 추모·문화행사가 펼쳐졌다.

익산에서 승용차로 3시간을 달려 진도 팽목항을 찾은 그 날 그 시간, 신문사 일행이 도착하자 비바람이 거셌다. 희생자 304명의 명단이 기록된 세월호 추모 벤치 앞에서 영주 기도문 성주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 염불로 이어진 천도축원독경을 마치자 어느새 햇살이 환하게 비쳤다. 우리들의 간절한 독경에 304위 영령들이 응기를 한 것으로 느껴졌다.

아직 바닷물 속 세월호 선체에 남아 있는 9인 가운데 한 사람인 단원고 학생 조은화 양의 아버지는 "은화야! 아빠가 못해준 게 많아. 아빠는 은화를 꼭 찾아야 살 수 있어"란 애절한 사연을 팽목항 추모 공간에 현수막을 걸어 참배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팽목항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돈과 권력에 지배받지 않는 민주사회로 거듭나야 한다며 그 마음을 전국 26개 지역의 어린이와 어른들이 타일 4,656장에 쓰고 그려서 '세월호 기억의 벽'을 만들었다. 기억의 벽을 가득 채운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밝혀 주세요' '또 다시 봄이 온다. 너도 봄과 함께 왔으면' '울지 않고 행동할게' '저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발' 등 갖가지 사연이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참사 1000일을 넘기며 희생자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을 분노케하는 일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이다. 탄핵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의 석명(釋明) 요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아 검토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배가 완전히 뒤집혀 가라앉은 사진을 보고받은 뒤에도 4시간 가까이 관저를 벗어나지 않고 "보고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참으로 한심하고 전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생중계되고 있는 참사 현장 모습을 지켜보며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애태우는 그 시간의 풀리지 않는 대통령의 행적은 도저히 이해하거나 용서할 수가 없다.

참사 1000일이 지나도 여전히 팽목항을 떠나지 않는 가족이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다. 분향소가 있는 광화문 세월호광장은 우리가 아직 상중(喪中)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작은 표지이다. 하루속히 세월호를 인양해서 미수습자 9인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도한다.

아울러 희생자 304위 영령들의 완전한 해탈 천도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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