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망량, 순우리말로 도깨비다. 산속에 사는 요괴를 이매라 하고 물속에 사는 괴물을 망량이라 부른다.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한마디로 집도 절도 없는 처량한 영혼들이다. 나무나 바위 같은 자연물이 변해서 된다고도 하고 사람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변해서 된다고도 하는데, 특히 빗자루나 방석처럼 사람의 손때가 많이 묻은 물건들이 도깨비로 변한다 해서 불에 태우는 민간신앙이 있었다.

오래된 마을 어귀에는 마을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거목이 버티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런 큰 나무는 이매망량이 떼거리로 모이는 곳으로 여겨져서, 그런 거목들은 죽은 가지까지도 함부로 베지 않고 아궁이에 때지도 않았다. 옛날에 마을 사람들은 도깨비를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로 여기고 그 앞에서 소원을 빌며 불공드리곤 했다. 사람들의 두려움과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어 그런 곳은 도깨비들이 거처하기에 최상의 입주여건이었다.

도깨비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나 거주지를 파괴하려는 사람들을 응징하거나 겁을 주었다는데, 큰나무를 베는 자들은 돌연히 변을 당한다는 속설이 믿거나 말거나 전해 내려온다. 그런 '도깨비'가 사람들에게 요즘 인기 절정이다. 도깨비 고유의 캐릭터가 완전 바뀌어 버렸다.

성냥이나 라이터만 켜면 짠! 하고 나타나 지인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다. 초인간적인 힘으로 남의 운명도 좌지우지하며 제때에 나타나 약자들을 돕는 혁신적이고 멋진 도깨비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시대에 뒤떨어지게 사람들을 겁주고 해하려는 진부한 도깨비는 요즘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에겐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데도 무서워하거나 놀라기는 커녕 웃으며 구경한다면 공포물이 코미디로 장르가 바뀌게 된다. 무섭지 않은 도깨비는 더 이상 도깨비 노릇을 할 수가 없다.

혼자 밤길을 갈 때 무섭다고 생각하면 순간 오싹한 기운이 엄습한다. 무엇을 생각하는 순간 그런 기운이 만들어져서 그곳에 같이 있다. 오싹한 기운이나 존재가 원래 있어서라기보다 마음속 상상이 그런 기운을 만들어내어 위력을 발휘한다. 다 마음이 만든 헛깨비다.

혹시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어떡하나 하면서 강하게 두려움을 가지면 순식간에 기운이 형성되어 스스로 만든 장애 속에 갇히는 것이 각종 공황장애다. 어떤 것을 무서워하고 공포감을 가지면 실제로 그런 기운을 형성하거나 불러들인다.

이럴 땐 생각을 바꾸면 된다. 무엇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다른 것을 강하게 떠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분홍색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분홍코끼리가 더 선명히 떠오른다. 분홍코끼리를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는 대신 기린을 생생히 떠올리면 분홍코끼리는 저절로 사라진다. 우주에는 모든 기운이 가득차 있어서 강하게 생각하는대로 무슨 기운이든 만들어지고 끌려온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도깨비를 믿지도, 모시지도, 그런 기운을 형성하지도 않는다. 이매망량의 무리가 인간계를 해치기도, 발붙이기도 어려운 밝은 시대다. 도깨비는 이제 완전 망했다!

/송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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