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사상연구원 콜로키움
동양포럼 김태창 주간 초청

▲ 동양포럼 김태창 주간은 "공공성 실천은 낮춤과 모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이 '한국적 공공성 재정립'을 주제로 동양포럼 김태창 주간을 초청해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세월호 진상조사 방해 등은 오늘날 공공성이 부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특히 공공성이란 개념은 정부기관뿐 아니라 이 시대 종교도 그 범주에 속해 있어 앞으로 원불교가 나아갈 바람직한 역할을 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김태창 주간은 "공공적이지 못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애국심도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목적의식도 뚜렷하다. 그러나 공사혼돈, 즉 공사를 제대로 구별하지 않고 혼돈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공공성이 부재한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20여 년 일본 교토 포럼을 이끌면서 논의된 공(公)과 사(私)의 개념부터 설명했다. 그는 "공이란 국왕, 대통령, 수상, 국가조직, 법원이나 경찰, 군대 등을 총망라한 것을 말한다. 사라는 것은 개인, 가족, 친지, 개인적인 서클, 오락단체, 자원단체 등으로 구별한다"며 "이것이 뒤섞여 공사구분이 안 되는 것이 공사혼돈이다"고 말했다. 공공성의 개념과 범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공과 사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사혼돈의 전형적인 결과가 오늘날 대한민국이다"며 "공사혼돈은 먼저 공권력의 사유화로 시작된다. 공권력은 국가의지를 표현하고 그것에 저해되는 요소를 제외시켜 의사를 관철시키는 힘인데, 국민의 이름으로 최고통치권자에게 위탁되는 것인만큼 오로지 공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사로움이 나쁘다해서 공으로만 가는 길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분명히 짚었다. 그는 "일본은 공 아니면 사, 단 두 가지 생각으로만 굳혀져 있다"며 "그들은 공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멸사봉공'을 숭상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멸사봉공이란 방법으로 '사는 완전 멸하고 오로지 공만 받든다는 사고방식'에 젖어 있었다. 가장 높은 공은 천황으로 천황을 위해서 1억2천만 일본 국민의 생명이 필요하다면 이것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다. 공만을 위한다는 이러한 사고방식은 역사적으로 재앙이 됐다. 이후 일본은 사만 받든다는 멸공봉사하는 의식이 팽배해졌지만, 가정파괴·교육파괴 등 사회 붕괴현상이 일어났다.

교토포럼을 이끌며 일본역사와 사고방식을 통해 공사(公私) 어느 편에 치우치지 않고, 또 아우르는 개념으로 김태창 주간은 처음으로 '공공(公共)'이란 표현을 제시했다. 그는 "공공은 옛날 농촌에 있었던 두레와 비슷하다. 촌에서는 나라가 시킨 일도 아닌데 동네 사람이 모여서 여러 가지 협의하고 결정했다"며 "마을의 공적인 역할도 있는 동시에 친지들의 사적인 역할도 들어있는 개념이 바로 공공이다"고 말했다. 공과 사가 유연하게 움직이는 공공영역이 살아날 때, 국가 개념의 공이나 개인영역의 사를 모두 살려낼 수 있다는 말이다.

종교 개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미국에서 처음 종교에 대한 공공성 문제가 제기될 때 종교는 사적인 것인지, 아니면 공적인 것인지 논쟁이 있었다. 이후 종교의 역할에 따라 국가민족 전체의 안녕이 중심이 될 때는 공적인 종교로, 개인의 영적 구원이 중심이 될 때는 사적인 종교로 나눠보았다"며 "결국 국가와 종교는 서로 영향을 주는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종교는 공공의 영역'에 속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공성 실천은 '낮춤과 모심'에서 비롯됨을 그는 말한다. 그는 "진정한 공무원은 스스로 공공성이 결여됐다는 자각이 될 때에 공공성이 나타날 수 있다. 자기가 공공이라고 생각하면 이미 공공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국민 행복시대를 하려고 했지만, 불행의 시대를 여는 격과 같다"며 "공공은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자리에서 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공공이 필요하다는 자각과 목표라야만이 가능하다"고 일갈했다.

공으로 치우치면 패권주의와 획일주의가 되고, 사에 빠지면 국가체제가 붕괴되거나 국정농단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공공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공적인 오만에 빠지거나 사적인 타락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모두를 아우르는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 '공'이 되어도 '사'가 돼서도 안된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었지만, 결국 공사혼돈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인 자연스러운 감정도, 국가원수로서 공을 받드는 마음도 모두 살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낮추고 모시는 마음이어야 전부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공성을 실천하는 길이다.

원불교사상연구원 박윤철 부원장은 "종교는 울타리가 없는 가르침으로 가장 공공적인 것이다. 동학에서 원불교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면 이것이 바로 '공공성'이다"며 "콜로키움으로 원불교와 한국종교 안에 있는 보편성, 즉 공공성이란 언어로 되살리는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앞으로 6년간 지속적으로 수행해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태창 주간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에서 교토포럼을 20여년간 주관하면서 당시 생소한 '공공철학' 분야를 개척해 정치인과 고위급 관료, 학자들과 담론을 펼쳐왔다. 지금은 충북 청주시에서 동양일보, 동양포럼 주간으로 활동하며 공공철학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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