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았을 때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었는데
다시 오니
산과 물이 모두 다정하다
석두암에 꿈을 깨니
삼경에 달이 밝다
만 가지 생각 스스로 사라지고
다만 한 마음뿐이네.


경산 조송광 선진(1876~1957)
〈원불교문학100년 기념문선〉



이 시는 조송광 선진의 자서전 <조옥정백년사>에 수록됐다. 조송광 선진이 5월경 부안 변산 봉래정사를 재차 방문하며 느낀 감상이다.

봄 산의 상큼함이 가득한 백천내를 건너 쌍선봉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고개 들어 먼 산을 바라보니 석두암에 백운이 걸린 듯, 청정법계를 지나 선생님 계신 곳에 다달아 선경의 향기로운 말씀을 들었다.변산의 향기로운 바람에 깊이 열망하던 꿈이 깨였다. 풍경을 보니 모두 하나로 다정하고, 스승님 한 말씀에 오만가지 생각이 사라졌다.

스승에게 향하는 마음이 간절하면 심산궁곡이라도 자주 가고 싶어진다. 이 선시를 통해 스승에 대한 신심의 정도가 헤아려진다. 산, 물, 꿈, 만 가지 생각 등은 그 어떤 한 말씀에 검은 구름이 걷힌 듯 청량하고 한 마음으로 시원해졌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한 말씀은 여여하게 전해지고 있다. 시원함을 맛보도록 얼마나 공들이고 있는가 묻게 된다.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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