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틀은 유무의 편견을 멀리 벗어나
마음의 본래 모습에 깊숙이 합하였도다
미혹의 안개 요사스런 구름 모두 흩어지니
한 둥근 밝은 달이 하늘에 비치네

주산 송도성 종사(1907~1946)
〈원불교문학100년 기념문선〉


주산종사의 법문집에서 발췌한 이 시는 언제 지은 시인지 연대는 미상이다. 초기 교단에서는 '불법의 현묘한 자리를 보여주는 선시라야 인정받는 분위기였다'고 이혜화 문학박사가 불연문학기의 평설에서 밝히고 있다.

영산 대각전에서의 좌선 후 느낀 감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선시는 〈대종경〉 성리품 1장의 말씀과 부합된다. 대종사 대각을 이루시고 그 심경을 시로써 읊으시니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에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이라'하셨다. '봄바람에 달이 뜨면 온 누리가 절로 밝도다.'

미혹의 안개, 요상한 구름은 우리의 본래 마음을 못 보게 하는 내적 외적 경계이다. 그 경계를 모두 승화시킬 때 바로 한 둥근 달이 두둥실 밝게 비추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미혹의 안개, 요상한 구름은 누가 만든 것인가. 유무의 편견을 벗어야 참 마음에 합일하게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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