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전노-트〉 의 표지와 내용.
원불교 예비교무 배출을 위한 대학과정이 원기38년(1953)에 설치된 원광대학 교학과다. 곧 현재의 원불교학과다. 원불교학의 요체는 원기47년(1962)에 결집된 〈원불교교전〉, 곧 〈정전〉과 〈대종경〉이므로, 해가 가면서 이에 대한 강의교재가 절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응한 첫 교리 강의교재가 원기51년(1966)에 발간된 한정석(釋山 韓正釋, 1932-2015)의 〈정전 노-트〉다. 프리트본 4×6 배판 474쪽으로, 서지사항이 나타나지 않으나, 교학과학생회인 교학연구회의 발간이다.

구성은 서문 없이, 머리에 〈원불교교전〉·개교표어·교리표어를 해설하고, 〈정전〉의 편차에 따라 제1 서편의 '개교의 동기'부터 제3 수행편의 '법위등급'까지를 해석했다. 예컨대 〈원불교교전〉은 자의(字意), 정의, 특징, 편성의 순으로 하되, 요점정리 방식을 취했다. 필요한 곳에는 간단한 도식을 주로 이용하고, 요점정리는 번호를 붙여 요지가 드러나도록 했다.

'일원상의 진리'의 해설은 대의, 진리의 대강령, 진공(眞空)의 체(體), 묘유(妙有)의 용(用), 진공묘유의 조화(造化)의 순으로 다루고, 참고로 〈수심결〉 등의 전적, 유·불·도·기(基)의 종교 및 철학의 본체와 현상관을 들고 있다. '무시선법'의 해설은 대의, 원리, 방법, 공덕, 정로(正路), 강요(綱要)의 순인데, 내용을 요약하고 대산종사의 해설, 〈수심정경(修心正經)〉 등을 들어 참고케 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삼학 조항은 먼저 삼학의 뜻을 밝히고,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의 각항을 대요에서부터 실천원리와 그 결과까지를 다루고 있다. 평소 짧은 언어, 간단한 문장으로 대의와 내용을 간추리는 강의방식이 이 책에 몰록 드러나고 있다. 본체(體)와 현상(用)으로 구분하여 보는 관점은 이해를 쉽게 하면서도, 깊은 의미에서는 논전(論戰)을 야기했던 특징이기도 하다.

석산 종사는 원광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는 기간에 〈불교와 유교의 현실관〉 등의 전통사상과 함께, 〈원불교 신앙론 연구〉·〈원불교 대종경 해의〉2권 등의 교의해설서 여러 권을 출간했다. 예비교무들의 교육과 교학연구에 매진한 성과다. 원불교학 연구의 제1대를 담당한 교학자의 한 분인 석산 종사의 젊은 시절에 치열하게 매진했던 교리해석의 한 틀이 〈정전노-트〉라는 이름으로 후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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