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 밖으로 변화시키며 자신 참회 이뤄야
분노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위한 원력으로

▲ 법일 상임대표/불교환경연대

18일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 촛불권리선언 시민대토론회의 '안전사회와 환경' 분과에 참여했다. 총 6명의 참가자 중 3명이 세월호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을 <00의 엄마>로 소개했다. 그 소개를 듣자마자 가슴이 턱 막혀오고 왈칵해 눈을 맞추기도 어려웠다.

세월호 이후 이들은 자기 이름이 없어진 것이다. 아이들의 엄마로 살면서 온갖 정치적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죽어간 아이들의 절규를 생각하며 광화문광장을 이끌어 온 것이다. 지금 탄핵국면을 만들어온 것은 바로 세월호의 수백의 아이들 원혼들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진 걸까? 세월호에서 죽은 300여 명만이 아니다. 우리는 메르스 늦장대처로 발병국가 사우디 다음으로 2번째나 많은 사망자를 냈다. AI 바이러스로 인해 2,500만의 닭과 오리등 가금류가 생매장되었고, 구제역으로 소 1,425마리가 또 생매장됐다. 땅에 묻히며 절규했을 닭소리와 소울음소리는 상상만해도 가슴이 찢어진다. 4대강 공사로 수백만마리의 물고기들도 폐사하여 떠오른다.

이러는 동안 이번 박근혜 최순실게이트를 통해 발견한 정치와 경제상황은 정말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소수 몇몇의 돈벌이와 이익을 위해 대통령직과 국가권력이 농단되고, 한 기업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민세금과 연금이 전용되었으며, 비판하는 사람은 블랙리스트로 손발을 묶어 놓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돈이다. 모든 중심에는 돈의 탐욕이 있었다. 돈벌이와 경제적 이해가 생명보다, 사람보다 우선인 사회였던 것이다. 이러한 탐욕이 절제되는 장치도 없이 직위와 학벌, 경제능력을 이용해왔다. 우리는 분노하면서도 돌아봐야 한다. 저 욕망은 결국 연기적으로 내속에 존재하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자들의 사회운동은 밖을 변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내안에 있는 같은 원인을 참회하고 변화시키는 일이 돼야 한다.

지난해 10월29일 1차를 시작으로 16차례의 촛불이 있었다. 시작 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고, 정경유착의 상징인 삼성그룹총수가 구속되고,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혁명적 상황이 발생했다. 불과 4개월만이다. 사회의 변화는 원력들이 쌓여 역치를 넘어 임계점을 넘어서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지난해 12월28일 수년 동안 설악산케이블카 건설사업이 결국 환경단체가 요구한 대로 부결됐고, 올해 2월7일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 승인이 잘못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쁜 성취다. 이것은 촛불의 원력과 사회적 에너지가 만들어놓은 역사적인 결과물이라고 본다.

그동안 원불교는 정말 오랫동안 탈핵순례와 시위를 해왔다. 반대운동만 아니라 100개의 교당에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대안운동까지 해왔다. 정말 종교인다운 실천이다. 성주에서 김천에서 매일 벌어지는 원불교의 사드배치반대운동은 한국 평화운동에 위대한 신화와 전설을 만든 눈부신 운동이다.

우리 불교환경연대는 지난 2016년 7월 재출범을 했다.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통해 새만금반대와 4대강개발 반대운동을 해오던 수경스님이 안계신 뒤 5~6년간 급격히 냉각되다 이제야 옷깃을 여미고 재출범하게 된것이다.

우리는 우선 불교와 사찰을 생태적으로 만드는 일에 명확한 책임을 느낀다. 녹색사찰을 위한 교육활동과 사찰숲을 이용한 숲생태학교, 사찰에너지 전환 그리고 신도들의 생활실천모임과 지역조직을 만드는, 반드시 해야할 일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으로 일반 환경문제와 제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함께하고 있다. 모두가 연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탈핵100만명 서명운동을 많은 단체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전국의 본사와 사찰 및 단체는 물론, 매주 광화문에서 서명을 받고 있으며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고생하고 수고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활동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분과 고마운 일들을 만나면서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수행을 하고 있다. 종교인의 사회운동 엔진은 '감사와 즐거움'이 아닐까. "보살에게 정토란 이미 완성된 사회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 보살이 노력하는 국토"라는 말이 정말 옳은 말씀이라는 걸 확신하게 되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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