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법인분리 정책이 기로(岐路)에 섰다. 예전처럼 '재단법인 원불교'로 회귀할 것인지, 아니면 권역별 법인으로 갈 것인지, 현재 교구 법인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교구법인 분리는 원기95년(2010) 10월14일 정기원의회에서 대전충남, 서울, 부산교구 법인 분리와 이에 따른 교구 고유 목적 교화사업용 부동산 이양(교구 내 교당)을 승인하면서 본격화됐다. '재단법인 원불교' 단일 종교 법인에서 교구 여러 법인으로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원기73년 교구교화체제(교단3대설계위원회) 확립, 원기80년 교구자치화 실시(교정핵심정책), 원기93년 13개 교구 유지재단 설립 승인 등 국가의 지방자치제 시행과 맞물려 교단도 자치제(지방화) 방향으로 교화의 물꼬를 텄다.

현재 '재단법인 원불교'를 포함해 9개의 종교 법인을 운영하고 있고, 중앙, 제주, 충북, 강원, 영광교구만 교구법인 분리가 안된 상태다. 하지만 법인통합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들린다. 어느 교구 사무국장은 "단적으로 예전 단일 종교 법인으로 회귀하는 것이 교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법인분리 이후 전문 인력의 필요, 정부기관과 개별 대응, 법인전입금, 총부 교구지원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도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약세 교구의 경우 법인 행정에 전념하다가 지역교화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마침 20일 교구장협의회에서도 '교구법인 분리정책'이 주제로 올라왔다. 총부 법인사무국 조성언 교무는 법인분리 현황과 과제 등을 살피면서 '1개 법인으로 통합할 경우, 권역별 법인으로 통합할 경우, 13개 교구 법인으로 확대할 경우'를 예로 들며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가 교구법인 분리정책 방향 결정의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했다. 교구자치제 운영의 혼란을 신속히 정리하고, 교화구조 혁신의 중요과제, 종교인 과세 등 정부정책강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인분리 체제에서는 법인전입금이나 교금, 교구지원금 등은 거래될 명분과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고, 뾰족한 해결방법도 없다는 것이 현장의 생각이다. 재)원불교 단일 법인이었을 때는 내부거래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항이다. 다소 민감한 사항일 수 있으나 강물의 큰 물줄기를 새로 잡아야 할 때가 온 것만은 확실하다. 현장 교화적 사고에서 생각해 보면 그 해법은 더욱 뚜렷해진다.

세무행정의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교구의 자체역량을 계속 키우든지, 아니면 과감히 1개의 법인으로 회귀하든지 토론과 합의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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