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불타는 <미륵상생경>에서 지계제일의 우파리에게 "미륵에게 공경 예배하는 자는 백억 겁 동안 쌓인 생사의 죄를 제거할 것이며, 설령 천상에 왕생하지는 못하더라도 미래세 용화보리수 아래에서 또한 만나게 되어 더없는 마음을 내리라"고 한다. 또한 <미륵하생경>에서는 다문제일의 아난다에게 미륵의 첫 법회에서는 96억, 두 번째 법회에서는 94억, 세 번째 법회에서는 92억의 사람들이 아라한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불타 열반 후, 말법시대에 세상을 구제할 미륵불은 번뇌 가득한 무명 중생에게 희망을 주는 부처이다.

미륵상생신앙은 도솔천에 계시는 미륵에게 인연을 걸기 위해, 미륵하생신앙은 오탁악세의 중생을 구제하는 미륵의 권능에 의지하는 것이다. 7세기 중국의 송자현의 난, 14세기 백련교의 난, 19세기 홍수전의 태평천국의 난, 후삼국시대 태봉국의 궁예, 후백제의 견훤, 고려시대 절간 노예인 만적의 난 또한 혼란한 세상을 구제할 구세주인 미륵을 내세운 것이다. 사람이 사는 섬과 육지, 해변 마을, 산간이나 평야에 미륵상이 널려 있는 현상은 굳이 혁명은 아니더라도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민중의 희망을 보여준다. 조선조가 무너지고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근대에는 신종교운동을 통해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증산계, 봉남계, 불교계, 단군계, 수운계, 기독교 계열을 총망라한 신종교 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강증산은 후천선경의 용화회상 건설을 위해 미륵불로 도솔천에 있다가 신명들의 요구로 지상에 하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용화회상이야말로 앞으로 오는 좋은 세상이며, 맑고 깨끗한 낙원, 불로불사와 상생의 낙원, 무술과 병법이 사라진 세계라고 한다. 경전에서 미륵이 계시는 국토는 장수하며, 곡물이 풍성하고, 자연과 인간사회가 더할 나위 없는 극치를 이루며, 전쟁과 재앙이 없는 세상이라고 한 것과 다름이 없다.

미륵불과 용화회상에 대한 최도화의 질문에 대해 대종사는 '법신불의 진리가 크게 들어나는 것'이 미륵불이며, '크게 밝은 세상이 되는 것'이 용화회상이자 '곧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대의가 널리 행하여지는 것'이라고 한다. 정세월이 첫 주인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대종사는 '먼저 깨치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대답한다. 이러한 질문은 흡사 우파리와 아난다가 질문하고, 불타가 대답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이발사로 노예계급출신인 우파리와 불타에게 여성의 출가를 세 번이나 간청하여 허락을 받은 아난다가 미륵경전의 주역이 되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륵신앙은 역사적으로 민중의 희망이 꺼지지 않고 있으며, 창조적인 공업(共業)에 의해 사회개혁의 열망이 숨 쉬고 있고, 인간의 고귀한 가치가 완전히 실현되는 것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지금 거리에서 민중들이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것이나 비폭력 무저항의 정신으로 전쟁반대를 위해 거리에서 외치고 있는 것 또한 용화회상에 대한 열망이다. <미륵하생경>에는 미륵불이 오기 전, 정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법왕이 수미산 남쪽 남섬부주의 여러 나라를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도 자연히 굴복시킨다고 한다.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용화회상을 앞당기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먼저 깨친 사람이며, 머지않아 도래할 자비의 봄바람을 온 세계에 충만케 하는 보살과 부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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