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표지와 목차.
원불교 의례는 혁신예법(革新禮法)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교단 초창의 저축조합 결성 때의 허례폐지(虛禮廢止) 등의 정신을 계승해 온 것이다. 그간 교단은 의례전범(典範)의 체계화에 힘을 기우려 왔는데, 원기20년(1935)의 〈불법연구회 예전〉, 원기37년(1952)의 임시판인 〈(프린트본) 예전〉의 발간이 이를 말해준다.
이렇게 결집을 서둘러 온 〈예전(禮典)〉이 그 업을 이루어, 원기53년(1968) 〈성가(聖歌)〉와 합간, 〈예전·성가〉로 출판되었다. 국판 양장 201쪽이다. 한글전용 필요 한자를 괄호에 넣었다.

구성은 머리의 총서편(總序編)과 제1 통례(通禮)편, 제2 가례(家禮)편, 제3 교례(敎禮)편으로 나누었다. 통례편은 예의 정신을 밝혀 〈예전〉편정의 의의를 밝혔다. 통례편은 기본의례로, 총설, 평거(平居), 태도(態度), 의제(衣制), 경례(敬禮), 기거(起居)와 진퇴(進退), 언어(言語)와 응대(應對), 수수(授受)와 진철(進撤), 방문(訪問)과 응접(應接), 초대(招待), 식사(食事), 환영(歡迎)과 송별(送別), 축하(祝賀)와 조위(弔慰), 소개(紹介)와 증답(贈答), 통신(通信)과 교통(交通), 공중(公衆)과 공용(公用), 국민(國民)과 국제(國際), 염치(廉恥)와 신의(信義)의 18장을 실었다.

가례편은 가정의례로, 총설, 출생(出生), 성년(成年), 혼인(婚姻), 회갑(回甲), 상장(喪葬), 재(齋), 제사(祭祀)의 8장을 실었다. 교례편은 교단의례로, 총설, 봉불(奉佛), 법회(法會), 득도(得度), 은법 결의(恩法結義), 승급(昇級), 대사(戴謝), 봉고(奉告), 특별 기도(特別祈禱), 경축(慶祝), 교회장(敎會葬), 대재(大齋), 교의(敎儀)의 13장을 실었다. 끝의 예문(禮文)편에 통용 경문(通用經文), 가례 예문(家禮禮文), 교례(敎禮)예문과 표기(標旗)·위패(位牌)·묘위(廟位) 그림을 부록했다.

임시판인 프린트본과 대조하면 용어를 정리하여 개념을 분명히 하고, 예식순서, 그리고 식순 등이 갖추어졌다. 교세의 신장에 따른 의례의 필요에 응할 전범을 갖춘 것이다. 원불교의 의례학·전례학은 이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이 기본틀에 이후 상장의례 등 일부가 변경·추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회상황이 복잡해지면 의례도 이에 대응해야 하는데, 이렇게 갖추어진 틀을 활용하면 교화현장에서 필요한 상황을 두루 수용하고, 간소하면서도 정신을 살리는 노력이 너른 사회의 의례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원광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