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 앞에 무너지고 일어서는 사람

중국 여행 중에 쇼핑을 여러 차례 들렀는데 나는 과소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사리라 다짐했다. 패키지여행 와서 들르는 쇼핑에서 물건 사면 바보라는 생각이 라텍스 매장에서는 잘 지켜졌다. 그런데 차를 파는 곳에 들어가서는 내가 헤까닥 했다. 평소에 보이차를 좋아해서 사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고 또 보는 법도 모르고 해서 이번에 믿음직한 이 가이드가 안내하는 곳이면 믿고 사도 되겠다 싶어 설렜다. 판매하는 사람의 설명을 들을 때까지도 객관성을 유지해서 저렴한 거 하나만 살까 고민했다.

흥정하는 몇 사람 옆으로 가보니 아니, 이럴 수가! 많이 사면 엄청나게 끼워주는 것이다. 10만 원짜리 4개를 한 세트 사면 10만원짜리 한 개를 끼워주고, 8만 원짜리 7개를 한 세트 사면 8만 원짜리 한 개를 끼워주고 우롱차까지 끼워준다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욕심이 확 일어난다. 보이차는 많이 사두면 공부방에서 늘 두고 마실 수 있고 또 몇 년씩 보관할수록 상품적인 가치도 올라가니 많이 사도 손해될 거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만원어치를 사고 나오는데 딸이 막 화를 낸다. 엄마는 왜 그렇게 귀가 얇으냐, 그런 곳에다 돈을 펑펑 쓰고, 그렇게 돈이 많냐면서 비난을 한다. 헉 경계다. 내가 돈을 많이 썼다고. 그럼 니는? 출국할 때 면세점에서 자기 선글라스를 18만원 주고 살 때는 좋아서 히히거려놓고 내가 꼭 필요한 보이차를 사는데 이렇게 화를 내면서 간섭하고 비난을 한다. 나도 이래저래 다 재보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인데 니가 뭘 안다고 나를 비난하느냐 싶으니 화가 난다.

그런데 찝찝한 마음에 한국에 돌아와 바로 검색을 해 보았다. 중국 보이차는 못 믿을 물건이 많고 농약 덩어리이고 바가지라는 온갖 글들을 읽어보면서 마음이 요란해졌다. 아 괜히 많이 샀구나. 한 개만 사도 될 것을 과하게 샀고 그 순간 이익에 욕심이 생겨 정신을 못 차리고 헤까닥 넘어갔구나. 그러고 보니 나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인데도 엄청 세일을 한다고 하면 안 사는 것이 마치 큰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사게 되는 일이 많다. 이 욕심을 콕 집어내는 딸에게 들켜버려 부끄러워지고 화가 났구나. 결국 두 달에 걸쳐서 수수료 손해에 마음고생까지 하면서 반품했다.


문답감정 : 보이차 50만원어치를 사면서 통 큰 공부하셨네요. 패키지 쇼핑이 얼마나 속임수가 많은지, 안목이 없으면 보이차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 알고 계셨기 때문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마음이 들었겠습니다. 가이드에 대한 신뢰 또한 나의 구매에 도움이 된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좋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일처럼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요즘같이 다양한 물건이 다양한 가격에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는 더 더욱. 더군다나 나름 합리적이고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구매한 나에게 충동적이라니, 돈을 너무 헤프게 쓰고 있다니, 도대체 말이 안 되는 딸의 비난이 또 나를 공부 시킵니다. 〈대종경〉 불지품 14장에 "불보살들은 그 그릇이 국한이 없는지라 있어도 더한 바가 없고 없어도 덜할 바가 없어서 그 살림의 유무를 가히 엿보지 못하므로 그 있는 바를 온전히 지키고 그 명을 편안히 보존하나니라"고 대종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충동적으로 구매할 때도 신중하게 구매할 때도 모든 구매에는 그때그때 마음이 이렇게 소소영령하게 일어나는 것이 진리입니다. 다만 그때 헤까닥 하는 그 마음을 놓치지 않고 멈추고 시비하는 내 마음을 보면서 대조하는 공부를 끝까지 해 가는 도반님이 바로 진정한 불보살이십니다. 멈추고 대조하는 공부를 통해 국한 없는 본래마음을 확인하는 일. 그래서 그 있는 바를 온전히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바로 지금 나 자신에게 공들이는 지름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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