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정신으로 합력하고 있어요"

"춘천에서 온 닭갈비 사세요~ 강원교구청 짓는 닭갈비입니다!" 요즘 강원교구 행사에 가보면 한쪽에서 이런 닭갈비 장터가 열린다. 춘천에 가면 누구나 먹는다는 명물 닭갈비, 이 닭갈비로 강원교구청 불사 하는 춘천교당 청소년분과에는 든든한 맏언니 손혜정 교도가 있다. 닭고기와 양념, 우동사리가 포장된 2kg 짜리 포장닭갈비가 택배비 포함 2만8천원. 스티로폼 상자에 깔끔하게 포장된 한 박스로 8인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양배추나 감자 등 원하는 야채만 썰어넣으면 근사한 외식 메뉴가 뚝딱, 그는 오늘도 닭갈비 홍보에 여념없다.

"하도 팔러 다니니까, 처음에는 제가 닭갈비 회사 영업사원인 줄 아시더라고요, 하하. 그럴 때면 꼭 말씀드리지요. 저는 강원교구청 신축불사를 위해 도전해본 거라고요."

의류 디자이너였던 그는 결혼과 함께 춘천으로 이사, 바로 딸 주경이를 낳고 육아를 해왔다. 그런 그가 이런 대단한 사고를 친 것은, 강원교구 신축불사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어떻게 희사를 할까궁리하다 주경이의 친구 부모가 하는 닭갈비 회사 '춘천그린식품'을 알게 됐다. 겁도 없이 판매하겠다는 그에게 회사측은 후불 계산까지 배려해줬다.

'원불교 강원교구청과 춘천교당 신축불사를 위한 사업'이라고 적힌 명함과 스티커에는 일원상과 닭그림도 넣었다. 곧 손끝 야무지며 소탈한 인품 덕에 인맥이 좋은 청소년분과 유현덕 교도가 순수한 봉사로 힘합쳐 닭갈비 콤비 탄생. 재미있는 건, 서울토박이 손 교도나 결혼으로 춘천에 온 전주 태생 유 교도 모두 여기 와서야 닭갈비를 처음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맛에 예민했어요. 국내산 닭에 고춧가루 등 양념까지도 모두 국산이고, 100% 냉장이라 맛있었죠. 지역특산품을 판매한다는 의미도 크고요. 한박스를 팔면 3천원이 남거든요. 인터넷가격보다도 1천원이 싸요. 그렇게 모아서 곧 500만원이 돼요. 그래도 아직 갚아야 할 빚이 수억이라 마음이 급하죠."

특별한 홍보도 못했지만, 한번 먹으면 다시 주문하게 된다는 이 마성의 닭갈비를 알음알음 구입해줬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구리교당 김진숙 교도나 영주교당 김정미 교도, 서신교당, 동이리교당 등이 고마운 단골들이다. 최근 AI 여파 속에서도 춘천만큼은 폐사나 생매장이 없이 안정성과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니, 전망이 밝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처음에 닭갈비를 팔려고 보니 처음엔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러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이익이 아닌 공익이고 지역에 원불교를 알리고 교화하는 대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신기하게도 사달라는 소리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닭갈비 판매는 그 자신도 변화시켰다. 성격면으로는 좀 더 남을 살피고 배려하며 이야기를 경청하는 한편, 신앙적으로는 더 큰 신성과 주인정신, 그리고 지역교화 서원이 생긴 것이다.

"강원, 춘천에 와보니 사람들이 원불교를 너무 모르더라고요. 번듯한 건물에서 행사도 하고 친구도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참 컸는데, 이제 답이 보이니 어떻게든 합력하고 있지요."

강원교구 모두가 함께 하지만, 특히 한 지붕을 쓸 춘천교당의 노력은 방언공사의 21세기 버전이다. 강인수 교도회장·길도영 봉공회장이 농사지은 감자, 옥수수, 김장배추 등을 팔아 희사하고, 교도들이 파종부터 수확까지 도와 전국에 보낸다. 청소년들은 바자를 열어 자신의 학용품이나 옷, 책 등을 희사해 판매하는 한편, 오디와 앵두를 직접 수확해 인근에 팔러 다니기도 한다.

손혜정 교도의 가정 역시 신축불사가 기도문에 오른 지 오래다. 장승·솟대 기능전승자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남편 이가락 교도는 지난해 기도용 포켓 일원상을 제작해 수익금을 희사한다. 신축 불사를 위해 일원상을 만드는 아빠와 닭갈비를 파는 엄마, 그 영향인지 딸 주경이는 더 기특한 생각으로 화제가 됐다. 원기100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주경이는 '강원교구청 불사가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김덕관 강원교구장을 찾아갔다. 주경이가 건넨 봉투엔 무려 100만원이 들어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쉽지 않았을 텐데, 주경이는 딱 마음 굳혀 내더라고요. 그 아이 일생동안 갖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유학 간다고 모은 거거든요. 근데 그걸 내놓겠다니 웬만한 어른보다 낫고, 나보다도 훨씬 낫다 싶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할 일로 신축불사에 마음을 보태는 손혜정 교도 가족. 가족이 두 마음 없이 신앙하니 남편은 물론, 딸까지도 가족을 넘어 도반으로 대하게 된다는 그다.

100주년기념대회를 마친 후 두 번째 백년을 시작하려 숨을 고르는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손혜정 교도와 같은 기획력과 행동력 아닐까. 주문 전화 한 통에 벽돌 한 장 쌓는 기분에 얼굴이 환한 그. 적은 양으로도 많은 사람 먹이는 춘천닭갈비처럼, 오는 10월 강원교구청 봉불식은 온동네 떠들썩한 흐뭇한 잔치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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