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종사 성탑 조성 때 어느 노스님이 제자들을 데리고 대산종사에게 항의를 하러 왔다고 한다. "아니 소태산 대종사를 여래라고 했는데 정산종사까지 여래라고 하는 건 불가하지 않느냐." 그때 노스님에게 대산종사가 설한 법문이 "화화초초개시여래(花花草草皆是如來)"다. 꽃과 풀 한포기 모두가 다 여래 아님이 없다는 뜻이다. 그 법문을 듣고 노스님과 제자들은 그대로 물러갔다고 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과거 회상은 일여래천보살(一如來千普薩) 시대였으나 앞으로는 천여래만보살(千如來萬普薩)이 출현하리라 했다. 너무나 희망적이고 설레는 법문이 아닐 수 없다. 법당 문을 열고 일원상과 마주할 때면 나는 가끔 일원상에 내 마음을 견주어보곤 한다. 내가 부처가 될 수 있을까, 저 일원상을 품을 수 있을까, 만물이 다 부처의 성품을 갖고 있고 화화초초개시여래라고 했는데 나는 늘 자신이 없다.

얼마 전 완도청소년수련원에 일손이 부족하다 하여 훈련도우미를 하러 다녀왔다. 대상은 목포인성학교라는 장애인학교 학생들이었다. 비도 오고 인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일반학교도 아닌 장애인학교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걱정이 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은 시작됐고, 장애인 학생들과 마주한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들과 다를 게 있을까. 나는 무엇 때문에 이들과 나를 구분 짓지?" 장애인의 정의는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목포인성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과 내가 전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서로의 도움이 필요할 뿐 그들의 눈에 비친 나와 내 눈에 비친 그들 우리는 그냥 똑같은 사람이고 부처인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순수한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훈련 당일 저녁 장기자랑 시간이었다. 음악에 맞춰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학생들과 덩달아 함께 신이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흥에 넘치는 학생들을 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다. 치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사 없이 해맑은 그들의 모습은 부처의 모습 자체로 보였다. 평소 나는 치심이 많아서 남들 앞에 서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참 어렵다. 그런 나의 눈에 비친 그들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브이를 하고 누구를 만나든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하며, 궁금한 건 거리낌 없이 물어본다. 누가 장애인이고 비장애인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구나 장애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부족함이 있기에 서로 그 부족함을 채워주며 살아간다. 훈련을 도우면서 나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반성하게 됐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화화초초개시여래라는 대산종사의 법문이다.

지금은 비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다음 생에는 더 진급해서 많은 복을 지으며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생에 받은 많은 도움들을 다음 생에는 더 많이 베풀면서 말이다. 훈련이 끝난 지금도 그들이 전해준 미소와 가르침은 가시지 않는다. 며칠 후면 대각개교절이다. 맑은 하늘빛처럼 모두가 은혜이고 모두가 여래인 아름다운 날들이 매일 같이 이어지기를 염원한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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