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익산 전법성지에 우뚝 서있는 소태산의 성탑은 마치 밀교의 오륜탑(五輪塔)과 유사하다. 불타 열반 후에 사리를 모시는 것에서 출발한 다. 탑이 다양화되면서 상징이 부여되기 시작했다. 소태산의 성탑을 보면 아래에서부터, 사각형 기단은 땅의 상징인 지륜, 원형은 물의 상징인 수륜, 삼각형은 불의 상징인 화륜, 반월형은 바람의 상징인 풍륜, 여의주와 같은 모습은 공륜의 상징이다. 여기에 우주식을 합쳐, 지·수·화·풍·공·식(地水火風空識)의 6대가 이루어진다. 이것을 6대 법신, 법계신이라고 부른다.

이에 근거해 성탑을 설명한다면, 열반하여 소멸된 소태산의 육신은 우주 법신과 합치되어 우리와 함께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법신불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하는 우리로서는 당연한 해석이 아닌가 생각된다. 법신불은 법의 봄, 본체, 본질, 근원의 부처라는 뜻이다.

역사상의 석존이 열반 한 뒤에 대중들은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 색신의 불타를 불타이게 한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색신과 그 색신을 등장하게 한 법신이라고 보았다. 비록 추상적인 용어이고 불타의 법문에 법에 대한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비로소 불교는 진리의 영원성이라고 하는 세계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법신사상의 발전 역사를 좀 뛰어넘지만, 대표적인 대승경전인 〈법화경〉에는 구원실성(久遠實成)의 석가불이라는 이념이 등장한다. '종지용출품'에서 미륵보살이 석존에게 사바세계 하의 허공으로부터 용출한 항하사만큼 많은 보살의 출현에 관해 여쭌다. 석존은 "내가 오랜 옛적(久遠)부터 이 사람들을 교화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래수량품'에서 "내가 성불한지가 오래되고 수명이 한량없어 무한한 겁 동안 항상 머물러 있고 멸하지 않는다"고 설한다.

대승불교는 이처럼 육체의 석존으로부터 영원불멸한 법신의 존재를 세우고, 그 법신이 절대적인 진리라는 점을 확립한다. 그리고 교의의 발전에 따라 3신, 4신, 5신으로 분화시킨다. 그렇다면 이를 종합하면 법신은 어떠한 내용인가.

초기불교에서는, 석존이 깨달음에 의해 모든 번뇌를 멸하고 성취한 진리, 석존의 자성인 진여의 여래장, 석존이 말씀으로 설한 모든 교법,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모든 수행법, 석존이 성취한 무한한 공덕을 말한다. 대승불교에 와서는 부처님의 자성인 진여의 청정한 법계로서 다 함이 없으며, 생이 없고 멸함도 없는 진리를 말한다.

소태산 또한 깨달음을 성취했으므로 이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그의 색신은 비록 사라졌지만, 그를 색신이게 한 그 자성은 법신이다. 또한 깨달음을 통해 평생 동안 설한 법이 바로 법신이다. 그리고 그 법이 가리키는 그 진리가 또한 법신이다. 그리고 누구나 도전하여 깨달아 알 수 있는 이 진리계의 본질, 현상, 작용, 그리고 그 진리를 활용하여 얻는 공덕 또한 법신이다. 법신에서 볼 때, 불타와 소태산, 그리고 우리 중생들은 하나인 것이다.

'일원상의 진리'에서 '우주 만유의 본원이며, 제불 제성의 심인이며, 일체 중생의 본성'이라고 하는 핵심 내용은, 이처럼 불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각개교절과 석존성탄절이 시간적으로 이웃해 있는 이유는 부처님들이 우리들 또한 부처가 되어 함께 하고자 하는 서원을 세우셨기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