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 장오성 교무/송도교당
당신의 자녀가 어떤 방식으로 효도하기를 원하는가? 1. 옆에서 나를 잘 봉양해주면 좋겠다. 2. 출세해서 유명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3. 깨달음을 얻어 성자가 되면 좋겠다. 이런 설문을 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이중에 누구나 할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은 3번이다. 1번과 2번은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언뜻 생각하면 가장 어려울것 같지만 사실 가장 쉽고 누구에게나 동등하고 가능한 것이 깨침의 길이다. 부처의 지견인 깨달음을 얻어 부처의 행을 하는 것, 이것을 견성과 성불이라 한다.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로 부처의 지견을 얻어 부처의 행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동시에 효도 보은하는 최고의 자녀가 되는 길이다.
여래 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불종자가 이미 정해져있다 한다면 대각여래위를 정전에 명시했을 리 없다. 극비리에 전하는 비서(秘書)로 숨겨두었을 것이다. 일체 인류가 다 가능하고 다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보는 경전에 밝힌 것이다.

부모님이 내게 준 은혜를 알아야 참된 보은도 가능하다. 진정 감사해서 보은하고 효도하는가, 해야 하니까 하는가. 누군가는, 혹은 때로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고통으로 느껴진다. 시쳇말로 금수저를 물고 나왔든 흙수저로 태어났든 상관없이 삶은 그 누구에게도 녹록치 않다. 생로병사가 고통이다. 태어남 자체부터 고통인데 왜 원하지도 않은 나를 이 고해 속으로 끌어다 놓으셨는가.

부모가 하는 역할, 즉 절대적인 은혜는 단 하나, 이 세상에 나오는 통로가 되어준 것이다. 그 이외에는 다 덤이다. 한 생명이 태어나게 하고 그 무자력한 존재가 죽지 않게 도운 존재는 다 부모다. 살아서 이 글을 읽는 자체가 그 절대적 은혜를 누군가 주었다는 증거다. 고해로 불리는 이 세상에 나온 것은 부모가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부모를 통해서 온 것뿐이다. 부모가 날 낳은 것이 아니다. 나의 필요, 나의 원에 의해 내가 부모를 선택해 나온다. 부모는 단지, 영속하는 내 과업(견성성불)을 완성토록 통로가 돼주고 살아있게 해준 절대적 존재다. 깨달음이라는 과업을 완성해야 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서원이고 몫이다. 부모를 통하지 않으면 이 몸을 얻지 못하니 과업을 완성할 길이 없다. 무엇도 탓할 것 없는 내 선택이다. 어떤 환경이든 상관없이 다 깨침의 기회요 다 뜻이 있다. 사람에게만 깨칠 수 있는 각혼(覺魂)이 있다. 성자되어 대자유를 얻으려는 원으로 각혼을 가진 억겁난우의 인간 몸 받아 와서 그냥 열심히 잘 살고만 떠나가도 안타까운 일이거늘.

최고의 부모보은은 깨침에서 출발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무량한지 저절로 알게 되고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가 흘러나온다. 탓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아무리 못난 부모라도 모든 부모는 위대함을 알게 된다.

이 전무후무한 회상 만나, 부모를 희사위, 성자를 낳은 부모의 반열에 올려드리면 '자녀로 말미암아 부모의 영명(令名)이 천추에 길이 전하여 만인의 존모할 바 될 것이니, 어찌 단촉한 일생에 시봉만 드리는 것에 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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