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김천 주민 어버이날 상경, 행정법원에서 가처분 첫 심리 방청
카네이션 달고 미대사관에 참외 전달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성주·김천 주민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미국대사관 앞에 섰다. 8일 축하를 받아야할 어버이날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기른 성주 참외를 싣고 상경한 주민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소박한 감사를 받고, 참외와 편지를 미국대사관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날 이른 아침 상경한 성주·김천 주민들은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으로 향했다. 이날 행정법원에서는 주민들이 "지난달 21일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사드 부지 공여 승인 처분 무효' 소송 판결이 나기 전까지 부지 공여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 첫 심리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법정에서 "집에서 3.5㎞ 떨어진 부지 쪽에서 발전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다", "국방부와 경찰이 공권력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국방부는 사드 부지 선정 과정부터 졸속으로 진행해오며 사업계획승인,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국내 법령이 정한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은 채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통 가처분신청 사건 결과는 심리 당일이나 다음날에 나오지만 행정법원 측은 "사안이 중대하고 관련 법리가 복잡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추가 서면 등을 제출 받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재가출가 교도들과 녹색당, 평화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카네이션을 받았다. 대선을 앞두고 막바지 유세 및 방송 준비로 어수선한 가운데 진행된 집회는 언론사들의 관심이 컸다. 진행을 맡은 유원정 교도는 "아무래도 미국은 소성리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는 것 같아 주민들이 직접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 성주·김천 주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재가출가 교도들과 평화단체 회원들에게 카네이션을 받고 미국대사관에 참외를 전달했다.
그러나 성주 참외 전달은 아쉽게도 경찰에 가로막혔다. 참외 바구니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넌 주민들은 인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대사관까지 가지 못한 채 저지당했다. 박명은 교무 등의 항의에도 묵묵부답인 경찰 병력 때문에, 참외 전달은 대치 상태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76세 소성리 주민 노수덕 할머니의 편지도 이 상태에서 낭송됐다. 편지는 "전쟁 모르던 우리에게 전쟁이란 이야기를 하도 해서 나한테는 사드가 전쟁인 것 같소", "이 노란 참외를 딸 때면 기분이 참 좋은 걸 보니 나한테 참외는 평화인갑소"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이 참외를 먹고 성주 땅 소성리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라고 말을 맺어 듣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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