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총부 법은관에서는 출가자 감소에 따른 인재양성에 대한 혁신세미나가 열려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정책연구소 혁신세미나, 원불교2세기와 인재양성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일관성 없으면 의미없어

전무출신 지원자 감소, 사회현상과 함께 살펴봐야


원불교 출가교역자가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19일 정책연구소 혁신세미나에서는 '원불교 2세기와 인재양성' 주제로 교단 교육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예비교무 교육을 위한 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로 발표에 나선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소 박윤철 원장은 "교역자 감소 현상에 교육자로서 큰 책임을 느낀다"며 "내 자신이 주체가 돼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으로 고민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국내외 새 교육의 지평을 열었던 사례를 조사하면서 3가지 내용을 살펴봤다"고 발표를 이어갔다. 박 원장이 제시한 교역자 감소 현상에 대한 전체적 고찰 방향은 첫째로 인재교역자 감소가 단순히 교단 내부 사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한국사회가 직면한 인구절벽 현상 등 사회적 문제와 얽혀있는 복합적인 사안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원불교 교육철학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던 교단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원불교 교육에 대한 깊은 철학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할 교육심의위원회 자체가 전문성을 담보로 하는 위원들로 구성된 게 아니라 행정직 위원들로 구성됐다는 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셋째는 세계적 교육철학자 넬 나딩스를 인용하면서 가장 건강한 공동체는 구성원 각자가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발적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만덕산훈련원장 전흥진 교무는 "교육정책에 있어 전문성, 연속성, 책임성을 가지고 추진하는 주체가 중요하다"며 원기76년 교육발전안 추진 등 몇 차례 교육혁신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모두 실패로 돌아간 원인을 지목했다. 특히 행정부서 색깔이 강한 교육부보다는 교육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교육전문 싱크탱크(think tank)을 주문하기도 했다.

'예비교역자 인재양성의 현황과 과제'를 발표한 원광대학교 김도공 교수는 시대적 흐름에 뒤떨어져가는 교단의 부실적 교육 시스템에 대해 비판에 나섰다. 김 교수는 "현재 교학과에 입학하고 간사 근무한 신입생 10명 가운데 6명이 서원을 중도 포기했다"며 원기101년에 실시한 간사 설문을 소개했다. 간사기간 동안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았는지 질문에 절반 이상 그러지 못했다는 답이 나와 근무지별로 간사지도교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교학과 입장에서는 출가서원한 예비교역자들이 총부 면접이 이뤄진 이후 바로 휴학하고 간사근무에 들어가기 때문에 얼굴도 볼 수가 없다"며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그만두겠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득할 방안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간사근무 전 20일간 시행되고 있는 간사공교육제도를 더욱 확대해 6개월 전문과정과 6개월 교당실습 형태를 제안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현재 대학의 학부교육과정을 연구과목성적으로 반영하고, 서원관에서는 수양 및 취사과목 성적을 담당하고 있어 성적관리를 위해 정신적 체력적으로 과부하로 지쳐가는 예비교역자 상황을 소개하며 "특히 연구과목에서 D학점이 나올 경우 육영재단 혜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C학점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예비교역자 감소에 있어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현상, 청소년 교화침체 등의 원인을 꼽지만, 적어도 일생을 교단에 투신하겠다고 서원한 예비교역자들에게 의미있는 인생을 북돋을 수 있는 교육구조부터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라는 말이다.

김 교수는 아울러 단순 암기만 유도하는 교무고시 출제성향 문제, 교무고시와 더불어 진급시험제도가 시행돼 예비교역자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는 문제, 대학원대학교가 시행하는 맞춤형 교육의 정체성 등을 언급했다.

이어진 질의에 나선 영산선학대학교 박혜훈 교무는 "교육환경이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현재 시행되는 간사공교육을 비롯해 학부과정, 교육과정, 석사과정 등 교육 목표와 방향, 평가를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발표자 제언을 포함해 지금까지 교육혁신에 대해 자체적 노력들이 이뤄졌지만 그동안 노력과 고민이 힘있게 결집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사순환에 따른 교육정책 일관성, 교육문제 전문성, 책임성 등이 결여된 상태에서 교육혁신이 온전히 이뤄질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박 교무는 "지금은 각 교육기관과 현장의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통괄 역할이 필요하다"며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하듯이 교육의 지속성, 연속성, 책임성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현재의 교육부보다 격상된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재작년에 언급됐던 (가칭) 교육원 설립을 언급한 것이다. 교육원은 교육에 관한 행정업무만이 아닌 교육 전반의 문제를 총괄하면서도 교정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도 바뀌는 현실을 벗어나, 교육정책이 독립적이고 일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나오게 된 대안이다.

한편 마지막 발표로 역량개발교육국 탁상은 교무의 '교역자 역량강화 실천방안 모색'이 이어졌고, 토론회 시간에는 발표자를 대상으로 방청객의 질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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