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화영 교무/부산울산교구사무국

교화현장에서 교구로 자리를 옮긴 후 많은 사람들이 '왜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이 행정을 맡았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내 뜻은 아니었지만 다 그 만큼의 해야할 일이 있으니 자리가 주어진 게 아닌가 싶다.

교구사무국에서 총무과 업무와 함께 청소년교화협의회를 담당하고 있다. 교당에서 근무하다가 교구에서 지내다보니 좀더 큰 시각으로 교단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교당적 관점만으로 바라보았던 교화가 더 큰 안목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교구에서 진행하게 될 청소년 행사들을 기획하다보면 담당분과 교무들은 "행사 예산이 얼마냐"는 걱정을 먼저한다. 그럴 때 나는 "예산은 걱정말고 일단 행사의 큰 틀에 그것이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해서 타당성만 먼저 검토해보자"고 이야기한다.

사실 행사를 진행하는데 예산처럼 크게 고려해야 할 일이 없다. 하지만 진정 그 일이 전체 행사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 또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예산은 어떻게 해서든지 주위를 설득해서 마련하면 된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어서다. 교당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행사의 의미, 대상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등 큰 계획부터 먼저 세웠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는 다음 문제였다. 이렇게 세운 행사 계획을 추진하는데에 교감님과 교도들의 협조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소통하며 홍보하는 등 설득과정을 거쳐 필요한 후원을 조달받았다. 만일 후원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뭐라도 만들어 판매해 벌어도 보고 하는 등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서 어떻게든지 달성해야 할 비용을 마련해냈다.

물론 현실과 동떨어지게 무리한 행사 계획을 잡으라는 것은 아니다. 또 무조건 이런식으로 후원금을 벌어들이는 것을 선호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행사 예산이라는 틀 속에 갇혀 정말 필요한 의미의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지레짐작으로 '안 될거야'라는 선입견을 품고 시작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행사를 하는 이유는 행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행사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또 진행하는 사람들과 참가하는 사람 모두에게도 보람되고 의미있는 장으로 봉사의 동기유발 제공까지 하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즐거운 행사 마당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나머지 경제적인 부분이나 기타 여건들이 자연스레 거기에 맞춰져 행사를 원만히 진행해보았던 경험을 여러 번 해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모든 일에 표준을 삼고 살아가는 법문이 있다. '끝까지 구하면 얻어지고, 진심으로 원하면 이루어지고, 정성껏 노력하면 반드시 되어지나니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진리도 양보하고 맡기느니라.'(<대산종사법어〉 교리편 24장)

대부분의 청소년교화자들은 연차가 얼마되지 않은 터라 알게모르게 주임교무와 주변 상황들에 의해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젊다. 사람과 환경으로 인해 체념하고 포기하기에는 젊은 청춘과 성불제중의 서원, 태산교악같은 신심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진심으로 청소년교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면 '정성껏' 만들어서 '끝까지' 설득하는 작업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진리가 우리를 향해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한계상황에서 부딪쳐 넘어지더라도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지 말자. 교화자의 마음이 먼저 살아나야 교화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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