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허공이 신령하게도 스스로 음양으로 살아 움직인다. 그 살아있는 허공이 일체를 만들고 거느리고 없앤다. 텅빈 허공이 저절로 움직이며 온 우주를 경영한다. 그 위대한 살아있는 허공(궁궁을을)이 정확히 나다. 그 외 다른 나는 없다. 전 우주를 경영하는 텅빈 밝음(공적 영지), 그것이 지금 보고 듣는 나임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다. 육근은, 업장이 아니라 광활한 우주 안에서 뜻대로 부려쓸 수 있는, 신앙수행하고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은혜로운 도구다.
일체만물은 일원인 한 몸의 구성요소며 한 몸의 작용이다. 그 우주지성인 성품을 떠나지 않고 우주만물이 곧 나인 그대로 일체를 대할 때가 참 신앙이다. 안이비설신의 육근동작이 그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 원만구족 지공무사한, 진공으로 체를 삼고 묘유로 용을 삼는 참 수행이다.
천상천하 일체가 내 것이다. 참 수행 참 신앙을 하는 이는 우주 안 무진장의 보화를 주물주물하는 조물주다. 이보다 더한 능력자도 부자도 없다. 살아있는 허공(궁궁을을)을 등기 이전한 주인이 무궁한 보물과 능력의 소유주다. 만능 만지 만덕이 저절로 나오니 이보다 더한 이로움이 없다. 가아(假我)인 육근이 인간세상에서 받는 일체의 복, 이로움에 견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누구를 상하게 하고 밟고 올라서야 얻는 것이 아닌, 절대적인 이로움이다. 빼앗길 것도 없이 온전하고 안전하다.
그 살아있는 허공(궁궁을을)은 일체중생 모두의 공유물이다. 자성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일거수 일투족은 천지행이 되므로 복혜가 무궁하다. 무진 애를 써서 얻은 세간의 복과 이로움은 길어야 몇십 년이나, 성품을 깨달아 활용하면 영생토록 복혜양족이다.
궁을가는 본성인 궁궁을을 자리를 깨닫게 하는 341행의 장편가사다. 누구나 부를 수 있도록 만든 동요로, 각 행 끝마다 "궁궁을을 성도(成道)로다"가 반복된다. 글자를 모르는 민중들까지 흥얼흥얼 해서라도 깨치기를 바라는 자비 방편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이런 노래라도 잊지 않고 간절히 부르다 보면 언젠가는, 혹은 어느 생엔가는 깨침을 얻을 확률이 커진다. 인도나 네팔의 사원에는 심지어, 원통 모양의 돌리는 경전도 있다. 글 모르는 사람들이 진리가 새겨진 글자를 돌리고 만져서라도 깨침의 기연 되기를 바라는 자비심에서 나온 방편일 것이다.
유행가든 궁을가든 간절히 의미를 궁구하는 이에게는 다 깨침의 기연이 될수 있다. 우리의 성가나 주문이나 경전 말씀들은 최고의 궁궁을을이요 궁을가다. 한글자 한마디,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누가 알겠는가. 범연히 말고 골똘히 궁구하면 어찌 이롭지 아니할까.
장오성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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