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연숙 회장/원불교다인협회
원다회의 시작은 온누리에 맑고 밝고 훈훈한 차향을 전하는 것으로, 이진수 원다회 지도교무의 간절한 염원으로 이뤄졌다.

차는 신이 내린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할 정도로 인간에게 매우 유익하고 필요한 음료임에 틀림없다. 또한 정신문화의 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주는 효과라고 본다. 살아가면서 잠깐 동안 마음을 멈추지 못하면 아주 사소한 일이 큰 다툼으로 번지기도 하고, 자신이나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며 심하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차 문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며 조선시대 대표적인 차인이라 할 수 있는 다산 정약용 생가의 당호를 여유당(與猶堂)으로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한자의 의미는 다르지만 느낌은 다르지 않으리라. 노자(老子) 역시 <도덕경(道德經)>에서 "신중하기(與)는 겨울에 내를 건너는 듯하고, 삼가기(猶)는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한다"고 했는데 이 또한 여유가 근본이 됨을 간과치 않았음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차를 마시기 시작한 때를 신라시대로 본다면 천년을 훌쩍 넘긴 세월동안 마셔왔지만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면 아직은 관심 밖인 듯하다. 어떤 것이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많은 사람들이 차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원다회의 소박한 바람이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손 끝 하나의 움직임에서도 많은 것을 전달하고 마음을 담게 되며 정성스럽게 차를 우리다 보면 정신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니 차를 통해 자연스럽게 선정에 들게 된다.

요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는 차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차 한 잔을 앞에 두면 무섭게 요동치던 마음도 쉬어가고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차는 효과적인 소통수단이 된다. 법회가 끝나고 텅 비어버린 법당에서 느끼는 허전함을 도반들과 차 한 잔을 나누다보면 교도 상호간 법정을 나누며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바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각 교당에 교도들이 마음을 쉬어 가고 소통할 수 있도록 차 마시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가장 멋진 도구가 될 수 있는 차를 통해 앞으로 원다회에서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원불교 의식다례를 체계화하고 표준화해 질서있고 아름답게 원불교 의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성탑에서 헌다의식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때 느꼈던 소회, 시행 착오, 교훈 등을 반영해 더욱 거룩하고 성스럽게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다.

타종교에서는 성직자들에게 존경의 표현, 신앙의 표현으로 교도들이 정성을 다해 의례복을 올리고 있지만 원불교에서는 법복이 그리 높은 가격이 아님에도 재가교도들의 법복 공양 풍토가 자리 잡지 못함을 지도교무는 늘 안타까워 했다.

원기96년 소태산대종사성탑에서 100인 헌다례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 행사에서 재가교도가 출가교무들에게 법복과 차, 그리고 다기 셋트를 공양하고, 영모전과 성탑에 차를 올렸다. 이를 통해 재가출가 교도의 신앙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교무들의 성스럽고 거룩한 정신을 받드는 기회를 만들었다. 더욱 정성과 기운을 모아 차향으로 온누리에 맑고 밝고 훈훈함이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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