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진 교수/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무엇을 하며 살까에 앞서 무엇을 위해 살까를 고민해야

교당에서, 봉공현장에서, 미지의 곳에서 답 찾을 수 있어



내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항상 젊은 학생들과 있으니 좋겠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학생들의 밝은 표정과 넘치는 생기, 열심히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듣는 말이 "우리애가 대학에서 뭘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이다. 자녀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인 부모가 대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잘 살려면 무슨 전공을 해야 하는지,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무슨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이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다.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무슨 진로를 잡아야 하나요?"

이 질문에는 '성공'으로 가는 길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가지 길로 한정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10~20년 전이라면 그것이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이 살아갈 일, 20년 뒤를 얘기한다면 그렇게 믿기 어렵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술의 변화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이미 의료분야, 금융서비스분야, 법률서비스분야 등에서 일부 이용되고 있는데 가까운 미래에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가 현재 하고 있는 많은 일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집 짓는 데 이용되기도 한 3D프린팅 기술은 한 가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의 현재 방식을 앞으로는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 발전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이 완성되리라고 전망되는 20여 년 뒤에 자동차산업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이런 변화와 함께 살아갈 우리 젊은이들의 물질적 생활환경이나 직업이 어떻게 될지를 지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우마차만 타던 사람에게 자동차가 발명되면 어떻게 될까 예측해보라고 하면 누가 맞출 수 있겠는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항상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21세기 중산층이 18세기 귀족보다 물질적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고 인구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염병과 기아에 대한 공포는 거의 해소되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술의 발전도 결국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만 변할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다 자동차를 타는데 나만 마차를 탄다면 자동차가 달리는 세상이 무섭겠지만 그 세상에서 나도 자동차를 탈 것임을 깨닫는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나는 그래서 학생들에게 미래를 두려워하며 '무엇을 하며' 살까를 정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데 대학 생활을 다 쓸 것이 아니라 먼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준비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서는 강의실과 학원을 벗어나라고 얘기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반복한다면 결국 그 틀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 활동, 봉사 활동, 취미 활동을 해도 좋다. 진지한 독서를 통해 고금의 지혜를 배워도 좋다. 훈련원과 선원에 입선하여 내면을 궁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더욱 좋다. 무엇을 하든 정성스럽게 하면 좋다. 그 과정에서 당장 얻는 것이 없어서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라도 미래를 준비해가는 데 그처럼 소중한 것은 드물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된 사람은 미래가 두렵기보다는 기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당장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젊은이는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곧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나는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이 대학 여름학기나 어학원의 강의실을 떠나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를 바란다. 강의실보다 교당에서, 훈련원에서, 봉공의 현장에서, 일터에서, 미지의 여러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그런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미래는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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