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던 이 한 마음 님 맞아 모셨으나
가난한 살림살이 올릴 것 없었어라
불같이 타는 가슴 어찌할 바 없사오니
옷을 벗어 바치올까 이내 몸을 올리올까
아서라 다 그만두고 이 맘이나 올리오리.


김정종_인적사항 미상이나
회보 등에 여러 편의 시가를 발표함.
<회보>33호(1937)에 수록.
원불교문학 100년 기념문선 시가편


님께 올리는 절절한 마음 작용을 그대로 표현했다. 님에게 받은 무한한 은혜에 보답하려 하나 무엇으로 해야 할지 갈등하는 그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같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많은 갈등의 끝에 얻어낸 해답인 듯하다. 님께 올릴 최고의 것은 바로 오롯한 신성이라는 것을….

스승이 제자를 만나 가르침을 주고받을 때 무엇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제자 된 입장에 서고 보면 꼭 챙겨야 할 그런 날은 있기 마련이다. 이럴까 저럴까 심신작용을 하다 자칫 스승에게 누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미숙한 제자이면 그렇겠는가?

한 제자가 "스승과 제자의 사이가 부자같이 되려면 어찌해야 하느냐"의 물음에 정산종사는 "신심이 있어야 한다"고 법문했다. 대종사에게 만고신의(萬古信義)를 다 바친 정산종사는 "도가에서 법맥이 상통되지 않으면 그 회상은 위축된다"면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심법(心法)의 맥이 서로 통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을 달라고 바라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바칠 것인가에 마음을 더 키워가는 추모의 나날이다.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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