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예리 교무/ 미주동부교구 뉴저지교당
뉴저지교당은 신년선물로 교도들에게 마늘고추장을 선물한다. 이를 위해 교무들은 한 달 전부터 마늘을 직접 다듬고 갈아서 고추장을 담근다.

하루는 고추장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고 내용물을 저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 고추장과 교화가 무슨 상관인가. 우리는 이 시간에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함께하는 정연석 교무님에게 웃으면서 여쭈었다. "고추장과 교화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교무님은 "여러 가지가 있지. 먹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고, 인정교화로 활용도 하지."

실지로 그랬다. 개척교화 초창기에 놓인 뉴저지교당의 유지 발전에 애쓰는 교도들에게 신년선물로 고추장을 선물로 주면 감사의 인사가 돌아온다.

또 사정상 법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교도들이나 새로운 인연을 찾아갈 때에도 선물로 들고 가면 빈손이 부끄럽지 않아도 되고 고마워하는 반응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어떤 한의원장은 약을 지어주고 약값을 물으니 고추장이면 된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러니 이 고추장이야말로 교화에 갖가지 권능을 부릴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닌가.

고추장과의 인연은 정 교무님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교무님과 나는 신림교당에서 근무하다가 뉴욕으로 함께 발령을 받았다. 내가 신림에서 산 세월은 3년이었으나 교무님은 9년을 살았다. 덕분에 우리가 같이 뉴욕교당에서 근무하는 동안 신림교당 교도들이 많은 지원을 해줬고, 그 중 하나가 고춧가루였다.

뉴욕에선 매년 어린이민속잔치를 동포사회와 현지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원광한국학교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작은 민속놀이마당으로 진행하다가, 우리가 발령받기 전 해부터 지역행사로 확대돼 시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 많은 예산이 필요했고, 우리는 그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동포사회에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때로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방문해 민속잔치의 취지도 설명하고 벽보도 붙이고 후원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교도들도 조를 짜서 직접 방문해 동참을 권선하고 직접 헌공도 하면서 힘을 합했다.

또한 안내문과 요청서를 업소별 주소록을 참고해 기관과 단체 그리고 명망 있는 개인 사업자 등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등 다양하게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그런 노력 끝에 크고 작은 정성들이 응답해 매년 민속잔치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 뉴저지교당은 신년이면 교무가 직접 담근 마늘고추장을 교도들에게 선물해 교화에 활용하고 있다.
그때 활용된 것이 바로 한국에서 온 지원물품 고춧가루로 만든 고추장이었다. 행사가 끝나면 감사장과 헌공금 확인서와 함께 선물을 준비해 발송하게 되는데, 매년 일정액을 후원하는 이들에게는 특별히 감사의 인사로 고추장을 선물했다.

그것은 13년간 매년 고춧가루를 지원해준 교도님이 있어서 가능했고, 교무님의 아이디어, 고추장에 들어갈 많은 마늘들을 다 까준 교당의 원로교도들의 노고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 고추장을 일일이 그릇에 담아 포장하여 감사의 인사와 함께 직접 배달하는 교무들의 발품도 한몫했다.

지금도 가끔 민속잔치에 후원했던 분을 만나면 그 고추장 이야기와 함께 인사를 받는다. 사실 그들은 좋은 행사의 취지에 기쁘게 동참했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촌스러우나 정성스런 방법으로 보답하고자 했다. 그것이 그들의 마음에도 전해진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국내도 쉽지 않지만 해외에서의 교화여건은 여러 가지 많은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엇이라도 교화의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활용을 해야 할 판이다. 뉴욕을 떠나 뉴저지로 이동하면서부터는 고춧가루 후원자가 나의 부모님으로 바뀌었으나 고추장 담기는 올해도 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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