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진 교도/강북교당
-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 국가유공자를 주인공으로 모신 현충일 추념식

- 민주화운동 열사들에게 진심을 담아 6.10 민주항쟁 기념식



어떤 일을 기념하기 위한 공식적인 의식. '기념식'의 사전적 의미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기념식은 그저 조금은 지루한 형식적인 순간들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렇다. 그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해보면 기념되어지는 일의 주인공들 보다 기념식을 준비하는 이들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식에 참여되어지는 사람들 또한 그저 참여하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식인 입학식과 졸업식을 보자. 예전에는 교장선생님 말씀으로 시작하여 내빈들의 인사말이 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시간들을 과감히 없애고 학생들의 축하공연이나 편지 낭송 등 학생 중심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결과는 식에 참여하는 모두가 즐거워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던 만큼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있었던 3번의 국가 기념식은 참으로 바람직한 행사였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먼저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로 잡음이 많았던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기념식을 오픈하고 민주화 운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동서화합을 의미하는 17개 시도 대표로 이뤄진 합창단의 합창, 가수 전인권이 노래 상록수를 불러 의미를 더했다. 이 식의 절정은 그날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잃은 딸의 편지 낭송과 9년 만에 제창되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모두가 함께 그날을 기념하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두 번째 현충일 추념식 역시 국가유공자들을 주인공으로 모시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기념공연으로는 소리꾼 장사익이 3.1운동에 참가한 민족시인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를 가사로 한 소리를 국악 특유의 애절함으로 불러주었고, 유영숙 작가의 추모시 '넋은 별이 되고'를 배우 이보영이 낭송해 주었다. 웅장한 분위기를 더해주며 등장한 뮤지컬 배우 카이와 정선아, 그리고 합창단이 6.25 참전용사인 고 강태조 일병의 아내에게 쓴 편지를 가사로 한 '조국을 위하여'를 불러줄 때는 실제 유가족의 사연을 담은 절절한 가사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 지었다. 의식과 공연 하나 하나가 진정성으로 가득했고 의미 없는 것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6.10 민주항쟁 기념식은 서울광장에서 열렸는데 이 또한 민주화 운동의 주인공들이 중심이 되었고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기념식의 의미를 더해주는 음악 선정이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묵념을 할 때 김세진 이재호 열사 추모곡인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바이올린 독주로 연주해 주었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쓰는 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앤더슨의 '자클린의 눈물'이 연주되었다. 그리고 민주화 열사를 추모하는 곡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해금연주가 홍다솔이 연주해 주었다.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위해 바이올린, 첼로, 해금으로 이어지는 찰현악기(문질러서 소리내는 현악기)를 사용한 듯한데, 찰현악기 특유의 애절함이 기념식과 아주 잘 어울렸다. 마지막으로는 1987년 많은 사람들이 불렀을 '광야에서'를 모두 함께 부르며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이 3번의 행사를 보며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이유는 기념식의 진정성인 것 같다. 각 식의 진짜 주인공들이 중심이 되었고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잊혀질 뻔 한 숨은 희생자와 영웅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하는 것, 참된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