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정기훈련 때 사용할 생수 주문을 알아보려 봉공회장을 찾았다. 봉공회장은 나를 보더니 웃으며 "저는 이렇게 늘 빈 시간에도 법문사경을 해요" 하고 갑자기 자랑을 한다. 봉공회장은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앉고 인터넷으로 법문을 사경하며 생수 택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장님은 허송시간을 보내지 않으시네요. 폰으로 하려면 눈도 아프실 텐데…" 하며 앞에 앉았다. 봉공회장은 행복한 모습으로 "저는 너무 감사해요. 사경을 하면서 사은에 대한 감사를 절절히 느껴요. 특히 글을 가르쳐 준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또 교당에 와이파이가 돼 언제든지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래요."

인터넷 법문 사경 하나에 느껴질 감사함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봉공회장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다. 봉공회장의 어린 시절은 어려웠던 시대였을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많이 배우지 못하고 우리 주변에도 표현은 못하지만 문맹자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봉공회장은 그 시절 글을 가르쳐 준 부모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또한 문명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폰이 생기고 곳곳에 와이파이도 설치되면서 어디서나 핸드폰으로 사경공부도 할 수 있으니 여기에 동포은과 법률은이 다 녹아있음을 발견하고 감사생활을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은혜를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너무나 당연시 되어 그냥 놓치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종사는 "이 세상에 사은이 아님이 없다"고 말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사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은혜를 발견해서 보은으로 행을 하고 있느냐 하면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정산종사는 "개인으로부터 세계에 이르기까지 평화를 요구는 하면서도 평화를 얻지 못하는 것은 서로 은혜를 모르거나 알고도 보은의 실행이 없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대종사께서는 네 가지 큰 은혜를 발견하시어 모든 사람에게 보은 감사의 생활을 하게 하심으로써 참다운 세계 평화의 길을 터 놓으셨나니라"고 했다. (〈정산종사법어〉 도운편 28장)

봉공회장의 모습을 보고 나는 하루에 얼마나 사은을 절절히 느끼고 사는가 하고 반성을 해보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글을 아는 것은 당연한 것이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요, 버튼만 누르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모두 알 수 있는 놀랍고 신기한 이 세상도 요즘 사람들에겐 당연한 일이 됐다. 모든 일들이 너무나 당연해서 사은 또한 '유레카'가 되기 힘든 것이다.

내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감사를 느끼고 표현하고 사느냐 하면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당연함에서 우리는 은혜를 놓치고 감사를 잊고 산다. 당연한 일을 한 번 더 챙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핸드폰이 방전되지 않으려면 수시로 충전을 해야 하듯이 사은 또한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내 삶 속에서 충전되어야 한다. 특별한 무언가에서 은혜를 찾고 있다면 지금 자신의 주변을 살펴보자. 무한한 은혜의 테두리 안에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매일 매일 감사의 싹이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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