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원 교도/ 여주시의원, 여주교당
강과 국토 유린한 당사자 찾아내 마땅한 책임부터 물어야
4대강 사업과 사드 배치…죽임의 세상 만드는 쌍둥이 괴물



문재인 정부의 정책감사 착수 지시로 4대강 사업 조사가 시작됐다. 그동안 원불교는 천주교, 불교, 기독교와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시민들과 함께 활동해왔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은 무엇이며, 그 의미를 원불교 경전 말씀 '은생어해 해생어은'을 통해 밝혀보자.

수백년 걸릴 일을 2년만에 망가뜨렸다

감사원은 지난 6월13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결정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이틀 뒤 24일 환경단체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가 시민 303명의 서명으로 4대강사업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에 따른 것이다. 환경회의는 감사 청구서에서 "4대강 사업은 실패할 것이 뻔한 토목사업이었음에도 어떤 과정을 통해 이명박 정부 제1의 국정과제가 됐는지, 왜 어떤 정부기관도 제동을 걸지 않았는지에 대한 감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4대강 사업은 어떤 사업이며 무엇이 문제일까.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였지만 국민들의 반대와 거센 저항에 사죄하며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몇 달 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며 이름만 바꾸어 다시 추진,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으며 2년 만에 강행하며 끝내버렸다. 독일에서 4대강 사업을 조사하기 위해 온 세계적인 석학 베른하르트 교수가 "독일에서는 수백 년이 걸릴 일인데 한국에서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강을 망가뜨렸다"며 낙동강 공사현장에서 눈물짓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물을 깨끗이 하겠다, 홍수를 예방하겠다, 가뭄을 예방하겠다, 경제를 살리겠다, 수변공원을 개발하겠다며 강행했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이치를 거스르며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4대강에 16개의 보를 설치했다. 흐르던 강물이 고이자 썩고 녹조가 창궐하였고, 지천이 무너지고, 강바닥에서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나오게 됐다.

100년 빈도의 홍수예방이 되어있는 강에 똑같이 100년 빈도 홍수예방 공사를 했고, 가뭄을 예방한다며 강을 막아 가둔 물은 정작 가뭄에 한 바가지도 쓸 수 없게 됐다. 강바닥이 낮아져 지천이 오히려 말라 가뭄이 더 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100분의 1도 못되는 2천개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불과했으며, 수많은 수변공원은 방치되어 사람은 없고 풀만 자라는 황무지가 됐다.

이렇게 실패한 4대강 사업은 잘못이 예견되었으며 국민적 반대와 저항이 심한 사업이었다. 국민의 70%가 반대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관련예산을 포함하면 30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돈을 쏟아 부으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힘을 마구 휘둘러 강행했던 것이다.

시민들은 아름답게 흐르는 강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며 막아 나섰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폭력적으로 강행된 사업이 끝나자마자 4대강의 재앙은 시작됐다. 물고기가 떼 지어 죽고, 녹조가 온 강에 퍼졌고, 다리는 무너졌으며, 지천은 주저앉아 4대강 사업의 진실이 무엇인지 똑똑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뒤를 이은 박근혜 정권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실을 외면했다.

지난해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서 들불처럼 일어나 마침내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하여 감사를 비롯해 전면적인 조사를 하며 그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것이다.
▲ 4대강사업 이후 여주에서만 5개 다리가 무너졌다. 산사태, 저수지 붕괴 등 시민들의 삶은 위험에 노출됐다. 사진=여주환경운동연합 제공
뿌리 찾고 책임 물어야 진정한 해결

그런데 새로운 정부가 감사를 하고 문제를 찾아내면 해결되는 것일까?

아니다. 뿌리를 찾고 그 근본에 대한 해결이 없다면, 4대강 사업은 또다시 모습을 바꾸고 이 땅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4대강사업의 다른 모습이 세월호이며, 사드 배치다. 4대강 사업을 누가 왜 했는지 똑똑히 찾아내는 일은 막힌 강을 흐르게 하는 일 만큼이나 중요하다. 잘못된 결정과 일을 진행한 사람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수문을 열거나 부수며 그 현상만을 고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고는 그의 삶이 계속 되듯 4대강 사업도 추진한 주체를 명확하게 밝혀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여전히 계속되는 것이다.

필자는 4대강 사업 당시 전국을 돌며 문제점을 눈으로 똑똑히 봤다. 소송을 하는 재판정에서 전문가나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그 입으로 어떤 거짓말과 폭력을 행사 했는지 보고 겪었다. 깜짝 놀랐던 것은 4대강 사업 후 강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전문가가 바로 사업 당시 찬성하며 맨 앞에서 추진했던 사람이던 일이었다. 살인자가 자신의 살인을 직접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똑같다고 느꼈다. 너무나 끔찍했고 소름이 돋았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을 하였지만 변화된 것은 4대강 추진세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주체는 정치인, 공무원, 전문가(학자), 언론인데 그중 정치권의 일부만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 고여 썩고 있는 4대강의 물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은 바로 국토를 이렇게 유린한 당사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자신의 죄를 사죄하고 마땅히 그 벌을 받게 해야 한다. 용서는 죄가 다시 재발되지 않는 그 반석위에서 시작될 수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죄지은 그 자리에 계속 있는데 죄를 용서하자는 것은 그 죄를 또다시 짓자는 속임수다.

4대강 사업의 주모자와 부역자를 끝까지 찾아내고 책임을 묻는 것은 4대강 사업으로 죽임을 당한 생명에 대한 예의이며 살아남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 상공에서 내려다본 여주 당산제. 강을 가로지르는 가물막이로 둑 때문에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사진=여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은생어해의 실천, 해생어은의 배은과 죽임

4대강 사업과 사드 배치는 모두 죽임의 세상을 만드는 일란성 쌍둥이 괴물이다. 4대강 사업 이전에 해결되지 못한 배은이 새만금사업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배은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가 사드 배치다. 그렇게 죽임의 세상은 한 고리로 돌고 돌아 우리에게 또 다른 죽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은생어해(恩生於害)는 불의에 대한 저항과 실천의 결과다. 해생어은(害生於恩)은 천지자연의 은혜를 배반하고 자신에게 닥쳐오는 죽임마저 자각하지 못하는 마비된 감각의 불행한 결과다. 해생어은은 사드 배치 현장에 온 찬성하는 사람들의 막말과 욕설이며, 세월호 가족들의 목숨 건 단식 앞에서 그 고통을 조롱하는 폭식의 폭력이며, 4대강 사업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공익을 훼손하며 불의에 팔아먹는 정치인, 공직자, 학자 그리고 언론의 모습이다.

공익을 위해 두려움과 고통 속으로 뚜벅 뚜벅 걸어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은혜가 은생어해다. 은생어해 해생어은은 개인의 삶과 공익적 삶이 둘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 공익심의 사회적 실천이 민주주의 꽃인 선거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선택한 선거 결과는 배은이 되어 4대강 사업, 세월호, 사드 배치로 나타난 것이다.

은생어해의 깨달음은 고통만큼 실천하고 실천만큼 전진하며 전진한 만큼 얻어진다.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각이 바로 세상을 공익으로써 감각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의 근본적 해결과 사드 배치의 철회가 둘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 은생어해 해생어은이다. 일원상의 진리는 실천의 길 위에 있다. 함께 두 손을 모은다.
▲ 멸종위기 동식물이 살던 바위늪구비. 4대강사업 이후 폐허가 됐다. 사진=여주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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