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 장오성 교무/송도교당
천지 도수나 비결, 예언, 풍수 같은 것을 유달리 신봉하는 이들이 있다. 풍수에 따르면, 혹자는 한반도가 지구의 뇌에 해당하며, 그 뇌의 중심을 계룡산이라 거론하기도 한다. '닭벼슬을 가진 용'처럼 생겼다 하여 계룡산이라 불리는 이 곳은, 좌청룡, 우백호, 북현무(北玄武), 남주작(南朱雀)이라는 명당 조건을 다 갖췄단다. 또한, 산태극수태극, 회룡고조의 지세로, 용이 승천하며 마지막으로 조산을 바라보는 형태의 명당이란다.

이런 명당 계룡산에 정도령이 등극하여 천하를 평정한다하니 권세 꽤나 꿈꾸는 이들, 그중 정씨 성을 가진 남자들이 즐겨 찾을 법 하다. 계룡산에서 몇 년 도 닦았다는 이력이 도꾼들의 필수코스처럼 회자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성 싶다. 과연 계룡산에 들어가 산다고 도통하거나 출세하게 될까?

정해진 신령한 땅은 따로 없다. 천지는 길흉이 없다. 한 몸을 놓고 더 길하거나 흉한 부위를 정할 수 없다. 일체는 하나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시방이 한몸이요 일체가 나뿐이라, 명당 계룡산은 따로 있지 않다. 대산종사는 계룡산이 주위 산맥들과 맥을 잘 대고, 이웃 산들을 잘 포용하며, 우람한 봉우리들이 많아 천여래 만보살이 나오는 우리 회상의 미래를 상징한다고 등반 후 소감을 밝혔다.

'계룡산에 정도령이 등극하여 천하를 평정한다'는 전래 비결을 대종사님은 이렇게 설하신다. "계룡산이란 밝아 오는 양(陽) 세상을 뜻하며, 정도령이란 바른 지도자들이 가정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를 지도하게 됨을 뜻하는 말이다"

진리를 알아 진리행을 하는 사람이 정도령이며, 그런 정도령들이 사는 곳은 어디나 밝은 세상, 계룡산이다. 정도령은 성씨, 남녀, 신분, 지역, 인종에 무관하다. 진리를 깨쳐 훈련으로 역량을 갖춘, 천하를 다스릴만한 자격이 있는 지도자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삼대력이 충만한 공부인은 다 정도령이다. 그런 정도령이 많은 밝은 세상,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널리 행해지는 세상이 계룡산이다. 정해진 계룡산이나 정도령은 없다.

요즘, 공직자 인준 청문회를 보면 여간 딱한게 아니다. 진작 나랏일 할 공직자 될 줄 알았더라면 안 그랬으련만, 지난 삶의 흔적들을 없앨 수도 부인할 수도 없으니 어쩐담. 밝은 세상(계룡산)이라 증거가 차고 넘쳐 '꼼짝마라'다.

장차 천하일을 할지 나랏일을 할지 어찌 아는가. 하다못해 줄반장도 앞으로는 정도령에게 돌아갈 것이다. "돌아오는 세상(계룡산)에서는 관공청이나 사회 방면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 보통 사람과는 판이한 인격을 가진 훈련된 종교 신자(정도령)를 많이 찾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입신양명할 기회와 권리가 너무 많이 돌아와 수양할 여가를 얻지 못할게 걱정일 것이다"

하루를 돌아보며 상시일기를 점검하다보면 매일 매일이 청문회다. 일원을 밝게 알고 진리행을 하는 이에겐 거리낄 일이 없다. 그런 사람은 대중을 이롭게 할 힘과 지혜가 생겨 가정도 이웃도 천하도 다 잘 다스릴 만한 참 지도자, 정도령이 된다. 지도자 이전에 그 최고의 수혜자는 무엇보다 자신이다. 그러니 그대, 계룡산 정도령 할 용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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