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정신 펼치는 케냐 '깔레체' 교무

케냐교당, 사)한울안운동, 한지성 대호법의 원력사업
사나그룹, 삼성 후원 내년 3월 어린이집 봉불



한국에서 직항으로 13시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도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시골마을 키툴루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울안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한제은(케냐교당) 교무를 이 곳에서 '깔레체(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여성)'라고 부른다. 그가 대종사의 가르침대로 살아보겠다는 신념 하나로 아프리카 케냐 땅을 밟은 지 올해로 6년째다.

"어느 날, 좌산상사께서 '니가(케냐) 가라, 그러면 무언가 할 것 같다'하시는 말씀에 거절도 이의도 없이 '가겠습니다' 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눈앞이 캄캄하고 말문이 막혔지만, 당시 사)한울안운동 대표였던 지타원 한지성 대호법님이 '저를 믿고 가셔요. 제가 다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힘을 실어줬어요. 그렇게 원기97년 1월1일 교단으로부터 정식 발령을 받고 케냐에 왔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단법인 한울안운동을 정식 NGO단체로 등록하고 원불교 법인 등록을 마치는 것이었다. 그 뒤 케냐 곳곳을 다니며 지역조사를 했고, 현지 국회의원으로부터 마차코스 마퉁구루 키툴루니에 있는 직업훈련원을 소개받았다.

"처음 그 곳은 학교라고 하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이었어요. 얼기설기 엮인 돌과 함석으로 겨우 하늘만 가린, 흙먼지만 날리고 있었죠. 그런 교실에서 학생들은 다 망가져가는 재봉틀 3개로 재봉을 배우고, 겨우 햇빛만 가려진 곳에서 벽돌을 쌓는 건축 수업을 하고 있었어요. 학생들에게 줄 점심을 만드는 급식실은 흙벽돌에 창문도 없이 돌 세 개만 놓여있었고, 제공되는 급식은 콩과 옥수수만 넣고 끓여서 만든 죽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곳이 학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다 쓰러져가던 키툴루니 직업훈련원을 새롭게 탈바꿈 시켰다. KOICA와 사)한울안운동에서 지원을 하기로 결정하고 직업훈련원 건물 2동 신축, 1동을 리모델링해 12개 교실, 7개 사무실, 1개 시청각실과 3개 화장실, 1개 샤워실을 마련했다. 용접반, 전기반, 재봉반, 요리제빵반, 자동차정비반, 컴퓨터반, 미용반, 건축반 등 현지 취업전망이 유망한 8개 분과를 개설·신설했으며 교사역량강화활동, 학교 프로그램 운영지원, 학생 상담활동, 취·창업지원 등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함께 했다.

"매년 6~7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던 학교가 이제는 100명 이상의 학생이 졸업하고 케냐 정부가 인정하는 기술 자격을 얻어 사회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연평균 취업생은 70여 명이며, 현재 250여 명의 학생과 15명의 교사 그리고 경비, 요리사, 경리 등의 교직원이 학교를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도시에 취업해 멋진 청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벅차오르곤 합니다."

현재의 키툴루니 직업학교를 이루는 데에는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그 중 사나그룹 엔젤스 가발회사(대표 최영철)는 매년 졸업생 중 희망자에 한해 취업을 지원하는 등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더불어 케냐 어린이집 설립을 위한 부지 1980㎡를 무상 제공했고, 교당부지 1980㎡도 매매해 케냐교당이 정착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줬다.

"사나그룹 엔젤스는 기술학교에 가발전문가를 파견하면서 인연이 됐습니다. 어린이집을 신축하는 곳은 케냐의 여성 직장인이 많은 루이루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성들의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삼성, 사나그룹 엔젤스, 한울안운동, 원불교가 함께 하게 됐습니다. 현재 법당, 어린이집, 숙소가 건축 중에 있으며 어린이집은 삼성에서 건축비용을 지원합니다."

한 교무는 키툴리니 직업학교, 어린이집 신축 등 모든 일이 지난 6월19일에 열반한 故 지타원 한지성 대호법의 절대적인 지지와 지원이 담긴 일이었다고 말한다. 해외 개척이 교무 주도로 힘들게 이뤄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한지성 대호법은 한제은 교무를 통해 원불교여성회와 함께 '만시일반 운동'을 시작했다.

"지타원님은 늘 제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를 해주셨고, 현지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때는 현지어를 못해도 일이 잘되고 있다며 응원해주셨어요. 1천5백여 통 이메일과 수천번의 메세지로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케냐 교당 교무와 함께해 주셨습니다. 때로는 언니처럼, 친구처럼, 엄마처럼, 스승처럼 격려와 위로를 했고 대종사께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을 나눴죠. 함께했던 약속 중 지키지 못한 단 한 가지, 케냐교당 봉불식에 오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년 3월 어린이집 봉불을 앞두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고 있는 많은 곳에 감사를 전했다. "한울안운동 사업과 원불교여성회의 만시일반 운동에 지원과 성원을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직업훈련원과 보건소, 우물, 환경개선사업, 장학금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교당과 어린이집, 누구든 오시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숙소가 완공됩니다."

척박한 땅 케냐에서 한울안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슈퍼우먼 한제은 교무. '깔레체'라고 부르며 그에게 달려와 안기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니, 그가 더욱 든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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