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중앙총부 월요 전체조회에서 각 부서 공지사항이 쏟아지는데, 이번 주 목요일(13일) 오후2시에 계획된 '평화대토론회'는 아무도 공지하지 않는다.

이번 토론회는 전국 재가출가 교도를 대상으로 원불교성주성지비상대책위가 지난 1년의 활동을 돌아보고 원불교 평화운동과 비대위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무려 중앙총부 법은관 대회의실에서 진행하는 행사다. 비대위 집행위원으로 기획실장, 총무부장, 교화훈련부장, 문화사회부 차장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참 이상한 일이다. 이들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13일은 성주촛불이 만 1년째 되는 날이다. 그러고 보니 '사드반대 오직평화'를 외치며 꼬박 사계절을 보냈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하니 또다시 사계절을 속절없이 기다려야 한다. 성주는 이제 사드 '배치'도 아니고 '철회'도 아닌 채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성주성지수호의 명을 받았으니 평화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그런데 '전략적 모호성' 때문인가. 중앙총부의 움직임이 참으로 아쉽다.

어차피 1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현장과 중앙의 움직임이 투-트랙(TWO-TRACK)으로 가야 한다면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전략과 기점이라 본다. '사드'가 빠진 성주성지수호의 전략도 모호하지만, 변화의 기점 때마다 매번 기회를 놓친다면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난날 성주성지에 사드장비가 기습배치 되면서 수많은 성직자들이 무참히 짓밟힐 때도 그러했고, 광화문광장에서 무기한 단식을 중단할 때도 그러했고, 성주·김천 주민들이 총부를 방문해 대각개교절 경축식을 바라볼 때도 그러했다. 교단은 어떠한 메시지도 없었다.

성주촛불 365일째, 진밭 철야기도 125일째 되는 7월13일. 이날의 평화대토론회는 단지 '성주성지수호, 오직 평화'만을 이야기하지 않을 모양이다. 이번 평화운동으로 빚어진 교단의 변혁을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출가교도들보다는 재가교도들의 목소리가 더 뜨겁다. 지난 1년간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평화를 원하거든 네가 먼저 평화가 되라'는 스승의 뜻을 우리는 어떻게 받들 것인가.

최근 어느 모임에서 30대~40대 교무들이 모여 교화구조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교당·기관의 모습이 우리 교단의 모습임을 실감하며 교화구조개선이 구조적 문제인가, 집단의식의 문제인가 한참 논쟁했다. 그 논쟁의 또 다른 쟁점은 변화의 속도였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함께 지혜를 모으고 방향을 설정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소통과 협업이 핵심이라고 한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저 물밑에서의 부단한 움직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 시대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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