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훈련 드라마

▲ 둥지골훈련원 가족들. 뒷줄 왼쪽 김현욱 부원장·정현솔 교무, 앞줄 왼쪽 성종인 교무·김은원 정토.
용인 둥지골훈련원으로 들어서자, 반기는 것은 울창한 숲과 오솔길이다.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오르자 어린 고라니가 놀라 뛰어간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커다란 눈망울이 내 마음에 맺힌다. 천진하다. 뛰어가는 뒷모습의 정겨움도 잠시 오른쪽 다리를 절고 있는 장면에 이내 측은한 마음이 났다. 저 다리로 어찌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까. 멀리 가지 못하고 주변에 서성이는 어린 고라니, 안쓰러움이 그곳에 머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 용인은 천혜의 길지(吉地)요, 대권을 위해 정치인들이 마지막으로 묘 자리를 옮기는 곳이기도 하다. 일찍이 신라 승려 도선국사는 용인 땅의 형세를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고 했다. 특히 둥지골훈련원을 품고 있는 구봉산은 조선개국 후 이전 도읍지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살기 좋은 곳이다.

숲속에 퍼지는 선객들의 합창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4번지. 훈련원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어 숲 체험, 산행이 바로 가능하다. 계곡 안쪽에 민가가 없어서 오롯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얼마 전 야외활동을 위해 야영장과 나무의자, 야외 나무 데크를 설치해 청소년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캠프파이어, 스카우트활동 등 야외활동으로도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기자가 훈련원을 찾은 날은 안산·죽전·분당·부개·의왕교당 교도들이 입선해 있었다. 훈련관 2층 대법당은 여느 노래교실처럼 흥겨움이 가득했다. 우리 성가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뜨린 이는 성종인 교무다.

기타를 맨 성 교무는 "성가의 뜻과 의도를 알면 재미가 있고, 즐겁습니다. 자- 성가 179장 한번 펴보세요. '열리었네 열리었네'는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이 모두 들어있는 곡입니다. 누가 작사를 하셨느냐 하면, 교정원장, 수위단원 상임중앙을 지낸 항산 김인철 종사입니다. 서윤창 교도가 곡을 붙인 이 성가는 덩기덕 덩덕쿵 하는 아주 신나는 성가입니다." 그의 설명과 몸짓에 교도들은 어깨가 들썩였고, 법열이 차오르는 듯 성가를 큰 소리로 합창했다. 합창 소리가 못마땅했는지 그는 "숨 못쉬다가 죽으면 내가 책임집니다. 폐활량을 맘껏 내 뿜어주세요." 순간 교도들은 웃음바다가 돼 버렸다. 성가를 맛깔나게 부르는 성 교무의 재주가 신기할 정도로 매력적인 '소리모아 노래' 시간이었다. 훈련에 대한 어색함과 낯설음은 일순간 무장 해제됐다.

교구훈련의 허브

지난해 부임한 김현욱 부원장은 "훈련원이 장소로서 뿐 아니라 교구훈련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방향이다"며 "교구, 지구 단위에서 단장 중앙, 법호인, 법사단 훈련에 대한 요청이 오면 직접 진행은 물론 프로그램, 훈련자료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교구정책을 수행하는 훈련원으로 진행요원으로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교구 내 단체훈련의 경우는 기획 단계부터 협의해 훈련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청운회를 비롯해 재가단체들의 훈련 프로그램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교당의 요청이 있으면 훈련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둥지골훈련원은 김홍선 경기인천교구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교구 내 교당 교무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결제법문은 송도교당 장오성 교무가, 의두성리는 동안양교당 조법전 교무가 맡는 식이다. 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홍선 교구장은 훈련원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정신적 지도자다. 눈에 띄는 훈련 프로그램은 교도들의 신앙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3년 단위로 소태산 대종사, 정산종사, 대산종사를 모시는 '스승님 모시기'다. 올해는 정산종사다.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하는 스승님 모시기는 스승님 진영을 모셔놓고 대화하듯이 성자의 일생을 마음으로 배우고, 몸으로 체득하도록 설계했다. 교도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이다.
▲ 교구 교도들이 둥지골훈련원 교도정기훈련에 입선해 장오성 교무의 결제 법문을 청취하고 있다.
문답감정으로 승부하다

"정기훈련은 상시훈련을 점검받는 시간이다" 김현욱 부원장은 "교단 훈련원들이 살아나려면 교도들의 상시훈련이 중요하다"며 "상시의 공부거리, 경계, 해오를 챙겨서 훈련원에 입선해 집중적으로 문답감정의 훈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훈련원 교무들은 문답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접근해줘야 하고, 자신의 삶에 응용한 것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리를 배우는 곳이 교당이라면, 훈련원은 체험, 점검하고 확인하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수행의 선순환의 고리를 구축해야 유기적으로 마음공부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교도들이 실천할 수 있는 '나의 일상수행 유무념 세우기' 작성이다. 정기훈련 기간에 훈련원에서도 점검을 하지만, 교당생활에서 담임 교무가 교도들의 상시공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다. 정기훈련의 공부분위기를 어떻게 상시훈련으로 연속시킬 것인가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대안으로 나온 것은 교당 교무들이 훈련에 같이 입선하거나 교도들의 상시훈련 유무념을 교무에게 전달해 문답감정이 상시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이다.

김 부원장은 훈련원의 비전에 대해 "교구훈련의 허브를 목표로 유무념공부 문답감정 지도자과정, 심화과정 운영을 통해 출가교역자는 물론 재가교역자들의 문답감정 공부 풍토를 성숙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몸과 마음, 영적인 것을 치유하고 성장하는 전인적인 훈련원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 부원장은 9월에 교구출가자들을 대상으로 유무념공부 문답감정 지도자과정을 훈련원에 개설할 예정이다.
▲ 수덕관은 교무들의 생활관과 가족훈련 장소로 활용된다.
▲ 둥지골훈련원 본관은 여자기숙학원에 임대했다.
▲ 분당관에서 주로 교도정기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인천교구에서 설립한 훈련원

둥지골훈련원 설립은 경기인천교구가 교화 정체성을 찾기 위해 구상됐다. 원기80년 교구의 장단기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1차적으로 훈련원 건립을 교구상임위원회에서 의결했다. 현 부지를 둘러본 상임위원회 위원들은 훈련장의 규모가 13,200㎡가 되고, 좌우가 산으로 둘러있어 훈련지로 적당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이다. 부지 8950㎡, 임야 3300㎡ 매입대금과 건축대금에 대해서는 교구 교당별로 분담금을 거둬 진행했다. 숙박정원 291명, 야영정원 94명으로 허가를 받은 훈련원은 전창건설과 계약을 체결하지만 IMF 여파로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서 공사의 어려움을 겪는다.

원기84년(1999) 봄 다른 건설회사를 접촉하지만 여의치 않아 직영체제로 공사를 진행해 8월13일 봉불식을 거행했다. 교무관은 3개월 뒤인 11월28일에 준공하게 되는데, 토지를 포함한 공사비용은 44억 4천여 만원이었다. 당시 장혜성 교구장은 훈련원 설립과 봉불식을 주도하며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불사를 완수했다. 현재는 본관은 여자기숙학원에 임대를 내 준 상태고, 훈련관과 수덕관, 야영장에서 100여 명이 훈련을 날 수 있다.

기도정진, 영주서원선, 선정진, 시설관리 등을 맡고 있는 정현솔 교무는 "교도들은 건강, 행복, 깨달음이 있는 힐링 문화 공동체를 꿈꾼다"며 "11과목 훈련과 4정진(기도, 선, 의두, 유무념) 훈련을 중심으로 특성화해 교도들이 대정진할 수 있는 도량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교도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으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고객) 중심의 훈련 프로그램 개발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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