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진 교무/영산선학대학교

법문 암기에 치우치는 현행 고시법 다시 생각해봐야
삼학, 사실적 조사했던 과거 고시제도…본의 살려야



지난 수십 년간 원불교 교단에서는 교역자 양성을 위해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교육의 질적인 향상과 좋은 인재 배출을 위해 여러 방법을 통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그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통한 인재의 질적인 향상에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때문에 교육부에서는 그것을 해결할 노력의 일환으로 진급시험, 한자5급 자격시험 등의 통과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이러한 제도의 추가적 도입은 수학과정의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낳았고, 그에 따라 현장의 각 교육기관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일련의 교육과정을 소화하는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정전> 암기 진급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은 그동안 잘 해오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당장 진급에 큰 영향을 주는 <정전>을 암기하는 데에 온 정신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학부 공부를 갈무리하는 중요한 시기인 4학년 때에도 발생한다. 바로 졸업시기에 치러지는 5급 교무 자격검정시험은 이 시험 결과 하나로 교무의 자격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4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큰 부담감 속에 고시통과를 위해 늦은밤 까지 '법문을 암기하는 공부'에 몰두하게 만들곤 한다. <정전>, <대종경>, <정산종사법어>, <교사>, 〈불조요경〉 등을 숙지해 '단기간'에 치르는 고시는 학생들로 하여금 여유 있게 법문을 마음에 새기며 실천하도록 만들기보다는 법문을 '요약정리'하여 '외우는 공부'를 반복하게 만든다. 이는 3학년까지 법문을 마음으로 공부하고 수도인의 삶을 길들이도록 각 교육기관에서 공들인 것을 마지막 4학년 때에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결과 고시는 통과했으나 학부 말기에 흐트러진 일과와 법문 암기식 공부방식은 그대로 대학원 수학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부교무로 부임하여서도 수도인의 일과를 준수하는 교무, 법문에 감동받고 실천하는 교무의 모습에서 다소 멀어지게 만들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시제도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교단의 고시제도는 소태산 대종사님 당시인 원기10년 육대요령의 '학력고시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원기19년 3월호 제8호 회보에서는 육대요령에서 밝힌 학력고시법을 더욱 세분화해 보다 더 정확한 실력조사를 위하여 새로이 '예비학력고시법'을 제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수양과, 연구과, 취사과의 내용이 모두 일시에 어떠한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 아닌 '꾸준한' 수양실력, 연구실력, 취사실력을 '사실적으로 조사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현재 고시제도와 비교하면 연구과 점검 방식이 전혀 다르다. 일례로 예비학력고시법 연구과 제3조에서는 '본과 7급의 고시는 공부인의 평소 연구실력 조사에 의하여 종법사께서 친정하시며, 1급에서 특급까지는 1년간을 통하여 공부인의 전기 6과목에 대한 구두설명이나 혹은 서면제출 건이 종법사의 감정하신 바가 전부 갑(甲)으로 될 때에는 승급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과 어디에서도 지금과 같은 '시험문제 방식'의 고시를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당시에는 공부인의 평소 연구실력을 조사하는 '사실적인' 고시제도였지만 지금은 연구실력의 조사보다는 단기에 법문암기실력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퇴보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아마도 현재 고시제도는 교단의 교육이 대학이라는 틀을 갖추게 되면서 기성 교육에서 '도입한' 방식이라 생각된다. 도입된 방식이 대종사의 정신을 더욱 살려내는 방식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오히려 대종사님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검토해야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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