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위한 1만6천km, 1년2개월의 뜀

'21세기 실크로드 마라톤' 9월 출발, 유라시아 횡단
가치있는 인생2막, '원불교는 평화의 종교' 알리고파



제주 강정마을에서 서울시청까지 달려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지난 6월 광화문광장에서 월계관을 머리에 쓴 그의 소감은 의외였다.
"더 달릴 수 있는데 아쉽습니다. 휴전선 지나 백두산도 넘고 더 멀리까지 가고 싶은데 안타깝네요."

눈뜨면 달려오기를 18일, 그가 꿈꾼 골인지점은 더 먼 곳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그가 도전할 네덜란드 헤이그~서울의 1만6000km 대장정도 소개됐다.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던 곳으로의 뜀,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스케일의 마라톤. '환갑의 마라토너', '한국의 포레스트검프' 강명구 마라토너(법명 진성·중곡교당)는 지금 위대한 역사 앞에 서있다.

9월1일 '평화통일 21세기 실크로드 마라톤'이 시작된다. 첫걸음을 내딛는 곳은 이준 열사가 대한독립의 큰 뜻을 펼친 네덜란드 헤이그로, 15개국을 거쳐 서울까지 달린다. 매일 40km를 뛰어도 꼬박 400일이 걸리는 1만6000km. 예상시간만 1년2개월이다.

"제주-서울 663km에도 인연들을 만나고 환영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니 1만6000km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지, 설렌 마음으로 준비 중입니다. 또 지난 마라톤을 통해 국내 평화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거든요. 이미 베를린 도착에 맞춰 세계평화운동가 집회가 얘기되고 있는데, 그렇게 가는 곳마다 평화의 축제가 열리리라 기대합니다."

60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소년같이 맑게 웃는 강명구 마라토너.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닿는 곳마다 꽃처럼 피어날 평화 현장들이 기대돼 빨리 뛰고 싶단다.

네덜란드에서 시작하는 그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헝가리, 터키, 이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등을 거쳐 북한의 문 앞에 서게 된다. 열어 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뛰다보면 해결될 것'이라는 신념대로 일단 떠난다. 마라톤을 구상했던 지난해에는 '큰일 날 소리'였지만 이제는 정권도 바뀌었고, 무엇보다도 물길이 큰 파도 되듯 힘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3월에도 성주에서 광화문까지 뛰었는데, 그렇다고 사드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지요. 그러나 힘을 모으는 계기는 됐다고 봐요. 각자의 마음에 있던 평화가 단 한 걸음이라도 함께 뛰며 뭉쳐진 것이지요. 북한까지 1년 넘게 가는 동안 전 세계의 염원과 원력들이 모이겠죠. 빗장은 저절로 열릴 겁니다."

그의 도전이 가까워지면서, 세상은 이 우직한 평화마라토너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기독교구호NGO 나눔대사로 위촉, 1km당 1만원을 희귀난치성질환아동돕기로 기부한다. 소박하게 하려던 출정식은 8월15일 광화문에서 광복절 기념식과 더불어 열리며, 루게릭병 환자를 도왔던 '아이스버킷챌린지'처럼, 그부터 3명을 지정해 연이어 마라톤을 이어가는 '런 버킷 챌린지'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세계가 주목하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는 그. 사람들이 그의 나이에 처음 놀라고, 두 번째로는 그가 마라톤을 시작한 나이에 놀란다. 뉴욕에 살던 그가 지인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한 건 2009년, 그의 나이 52세였다.

"운동은 안 해본 게 없었는데, 마라톤은 또 다른 세계였어요. 이듬해 처음 나간 대회에서 50대 2위를 한 거예요. 평생 특별히 잘한 것도, 주목 받은 적도 없었는데 마라톤으로 상도 받고, 기록을 갱신한다는 보람이 크더라고요."

이른바 '몸의 연료통이 바뀌는' 극심한 고통이 지난 뒤 평온하고도 텅 빈 순간에 매력을 느꼈던 그. 마라톤은 지극히 육체적인 운동이지만, 오히려 어떤 것보다도 더 정신과 관련된 종목이었다. 원불교와 인연이 된 것도, 그 순간이 명상에서도 오나 싶어 찾아다니던 차였다.

"사찰에 가도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어요. 그러다 마지막으로 '부디즘' 써있길래 들어갔더니 원부디즘, 원불교 뉴욕교당이더라고요. 양상덕·임성윤 교무님이 의문도 잘 풀어주시고 마음공부 길도 알려주셨죠."

25년의 뉴욕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강석준 교도와의 인연으로 중곡교당으로 소속을 옮겼다. 강 교도와 함께 영광탈핵마라톤에 나섰다가 지난 3월 성주~광화문 평화마라톤까지 만들어냈다.

"50대 들어 인생 2막을 생각했어요. 나보다는 모두를 위해, 먹고살기보다는 가치를 위해 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그게 평화와 마라톤으로 매듭지어진 것이지요. 평화는 무엇에도 더 우선되는 가치이니까요."

갈등과 반목 가득한 세계 평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그의 유라시아 횡단 마라톤. 출정을 앞둔 그는 교단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원불교가 평화의 종교라고 알리고 싶은데, 홍보나 좋은 아이디어를 주면 좋겠다"는 것. 이웃종교는 물론, 서울시 등 지자체나 평화단체들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해오지만 원불교와 성주성지, 평화사상을 알리는 데 역할하고 싶다는 깊은 속내다. 교단의 화답을 기다리며, 원기103년 말 건강하고 거룩한 그의 귀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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