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0 15:06 (화)
작은갤러리 18 -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작은갤러리 18 -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 이여원 기자
  • 승인 2017.08.11
  • 호수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심 속 마음 쉼터, 시민 곁으로 다가간 로터스 갤러리
▲ 불자에겐 수행전법도량으로, 시민들에겐 문화휴식공간으로, 다양한 불사를 진행하고 있는 무각사 경내에 위치한 무각사 문화관은 단독 건물이다.
불자에겐 수행전법도량, 시민들에겐 문화공간
매년 1회 역량있는 신진작가 발굴, 기획전 지원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백일홍>.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 속, '환한' 꽃을 피우고 있는 배롱나무는 두말할 나위 없는 여름 꽃 이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그렇게 100일 넘게 꽃을 피워 '백일홍'으로 기억되는 배롱나무. 그 붉은 꽃이 돋보이는 한 여름의 어느 날, 무각사로 향했다. 광주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자리한 도심사찰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가 그 곳에 있다.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광주의 행정, 문화, 상업의 중심지로 꼽히는 상무지구. 복잡한 빌딩 숲을 길 하나에 두고, 5·18 기념공원 한 복판 1만6500여 m²(5000여 평) 부지 위에 무각사가 자리해 있다. 불자에겐 수행전법도량으로, 시민들에겐 문화휴식공간으로, 다양한 불사를 진행하고 있는 무각사 경내에 '무각사 문화관'은 단독 건물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사찰에서 운영하는 문화관의 외형적 규모에 내심 놀라고, 이내 그 공간의 짜임새에 감탄한다. 서점과 갤러리, 세미나실, 템플스테이 체험관 등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손색없는 문화관 1층, 북카페를 겸한 전시공간이 '로터스' 갤러리다.

떠 있는 창문-꽃비가 내리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청년신인작가 이재원 씨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로터스 갤러리에서는 1일~29일까지 이재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 작가의 영상작품 1점과 설치작품 1점. 첫 번째 작품은 '유성우-별비가 내리다'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끝'이 아닌 '어딘가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을 표현했다. 작가의 아버지께 바치는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품. 매달아 늘어뜨린 흰 오브제 무리는 한국의 백중문화에 절에 봉납하는 새하얀 제등(提燈)이다.

작가는 그 등롱, 하나하나에 그림자 그림을 투영하고 있다. 딸과 부친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자놀이. 영사되고 있는 그림자 그림은 부친과의 추억으로 가득하다.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이 작가는 작품 속에서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봐주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흰색 오브제는 눈물, 빗방울, 행성을 뜻하며 그 하나하나에 죽은 자와 산 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 작품은 '떠 있는 창문-꽃비가 내리다'. 창문 너머 내리는 꽃비를 통해 꽃처럼 피고 지고 다시 순환하는 누군가의 인생을 말한다. 꽃비가 내리고 시간은 흘러가지만 순간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공백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하루의 일부분이고, 인생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쉬는 시간조차 두려움을 느끼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현대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관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수 천개의 꽃잎 위에 떠 있는 창문은 우리 자신을 대변한다.
▲ 로터스 갤러리에는 올해 신진작가로 선정된 4인 중 이재원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제5회 신인작가기획전

로터스 갤러리는 매년 1회씩 광주·전남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해 기획전을 지원하고 있다. 5회째 진행되고 있는 신진작가 기획전, 올해 선정된 작가는 박기태(시각예술)ㆍ양세미(한국화)ㆍ이재운(미디어-설치)ㆍ김단비(회화)씨다. 로터스 갤러리는 4명의 작가들에게 개인전을 열 공간과 전시 비용, 격려금 200만 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첫 전시는 박기태 작가의 'under-stand 아래에 서다'로 시작됐다. 박기태 작가는 전시에서 '이해하다'란 뜻의 영단어 'understand'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우리 생활 속 자연스러운 '차이'와 '시각'을 표현했다.

양세미 작가는 '수영장 시리즈'를 통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이 수영장을 통해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찾는 과정을 화폭에 담았다. 현재 전시 중인 이재원(8월 1일~29일)작가에 이어 김단비(9월 1일~29일) 작가는 마블링 기법을 통한 다채로운 색채 속에서 나타나는 우연적 형상을 발견하고 인식해나가는 과정을 모티브에 담을 예정이다.

도심 속 작은 정원

"로터스 갤러리는 2010년 5월 개관했어요.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무각사에서 정성 들여 준비한 공간이지요. 로터스 갤러리는 북 카페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작가 들을 발굴해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갤러리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 기획전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로터스 갤러리 문귀례 매니저는 신진작가 기획전을 위한 공모과정과 심사절차 등의 공정성을 이야기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의지와 열정이 있는 신진작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갤러리 공간, 작품 활동에 목말라 있는 신진 작가들에게는 그야말로 단비 같은 공간이다.

로터스 갤러리 신진작가에 선정되면 격려금을 지원받고, 전시 중 작품 판매 수익금 또한 전액 작가에게 지급된다. 공익적 공간, 신진작가라면 한번쯤 이곳 로터스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하고픈 꿈을 꾸게 된다.

북카페 또한 평일 15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광주에서 손꼽히는 카페라고 귀띔하는 문 매니저. 불교관련 서적은 10퍼센트 남짓, 베스트셀러가 아닌 인문학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문 매니저가 신중하게 선정한 책들이 시민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커피 맛 또한 일품이다. 카페 직원만 3명, 자력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남은 수익금은 갤러리운영에 보탬을 준다.

북카페 뒷문을 열고 나가면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 그야말로 '도심 속 작은 정원'이다. 5·18 기념공원 산책로를 충분히 살려낸 짜임새 있는 공간에서 문 매니저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여의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주말이면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아요. 공원 산책도 하고, 책도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유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셈이지요. " 6년째 근무 중이라는 문 매니저. 그가 무각사에서 운영하는 '보물섬 장터'를 특별히 소개했다. 매주 토요일 경내에서 열리는 보물섬 장터는 지역민을 위해 개장된 재활용 장터로 시민 곁으로 바짝 다가간 소통 공간이다. 아이들에게는 재활용 교육현장이 되기도 한다.

문 매니저가 선물한 류시화 시인의 책과 과일 쥬스를 들고 갤러리를 나오는 길, 마음 속 위안이 가득하다. 발길 닿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 위안을 줄 공간, 로터스 갤러리다.
▲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공익적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라고 있는 로터스갤러리의 문귀례 매니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