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대화야말로 가장 본질적이고 결실 맺는 대화
포콜라레운동, 종교 넘어 새로운 사조와 생활양식 제시

▲ 이 크리스티나/포콜라레 종교간대화 고문

작년 9월 일본 불교단체'입정교성회'차기회장 니와노 코쇼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주제는 "끼아라 루빅과 니와노 니쿄가 지향한 세계"로, 발행 부수 20만부에 달하는 월간지 '약진'에 대담을 게재하여 두 창설자가 남겨준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40여년에 걸쳐 자라온 우정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1943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포콜라레운동은,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요한 17, 21) 하신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를 실현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현재 182개국에 전파되어 복음적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대화를 통하여 형제애와 일치를 고취하고 있다. 가톨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그 울타리를 넘어 개신교, 이웃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전파되었다. 또한 종교를 넘어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영역에 새로운 사조와 생활양식을 제시하고 있다.

1981년 내가 도쿄의 포콜라레 본부에 있을 때, 끼아라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창설자 니와노의 초청으로 1만2천명의 불자들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발표하게 된다. 당시는 종교 간 대화가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은 시기로서 역사적 계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통역을 하면서 가까이에서 둘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은 서서히 상대방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종교, 문화, 인종의 벽을 넘어 서로 간에 깊은 신뢰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의 일치는 두 사람이 지향한 드높은 꿈이었다.

자비와 일승(一乘)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일생을 동분서주한 니와노는 이렇게 토로한다. "지금까지 나는 이 세상의 유일한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후 두 단체의 회원들은 세계 곳곳에서 만나 상호 이해하고 우정을 키워왔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랑과 자비의 경쟁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격려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를 위한 여러 활동에 협력하였다.

창설자 니와노의 손녀이며 현 회장의 장녀인 코쇼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왜 포콜라레 사람들과 만나면 가족처럼, 가족 이상으로 느끼게 되는지 수수께끼에요." 이처럼 느낄 때 우리가 종교간 대화를 하고 있다는 표현은 무척 어색하게 들린다.

우리는 함께 그 답을 찾아보았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대화가 영성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두 창설자가 처음 만났을 때, 끼아라는 포콜라레운동을 소개하면서 그 영성의 몇몇 요점을 열거한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 것, 성서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 하느님의 뜻, 특히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 서로 사랑하는 것, 그리하여 우리 가운데 하느님이 함께 계시도록 하는 것 등이다. 니와노는 불교에도 비슷한 요점이 있으며 그 결실도 유사하며 우리 가운데 부처님의 마음이 함께 하심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포콜라레는 영성을 함께 나누면서 유대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신자들과 깊은 우정의 길을 걷고 있다. 대화는 여러 양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상생활을 통한 대화, 협력 활동, 학술적 대화, 종교적 체험을 통한 대화 등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영성의 대화야말로 가장 본질적이고 결실을 맺는 대화'라고 말씀하셨다.

1947년 포콜라레의 초창기에 끼아라는 이미 모든 이와 형제 자매가 되는 사랑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의 시선은 항상 많은 자녀를 지니신 한 분의 아버지께로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한 분의 아버지의 자녀들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서, 인간적 연약함에서 오는 한계를 넘어, (…) 보편적인 형제애를 계속 지향해야 한다."

또한 1970년의 글은 결실 있는 대화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대화는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인생에서 해야 할 것은 단지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 계신 성령만이 우리가 옳게 대응하고, 대화를 유지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건설할 수 있도록 참으로 도와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시 종교 지도자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끝맺고자 한다. "삶이라는 것은 길입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중략) 우리는 형제들입니다. 서로를 형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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