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확 사진작가 '달빛아리랑'

▲ 작품 '나서다' 앞에선 장명확 사진작가. 사진 속 어르신의 밝은 표정은 연출이 없는 자연스러운 사진이다.
대구·광주·부산 국도변의 풍경들

25살, 카메라 두 대로 도보여행을 떠난 청년이 그 흑백의 흔적을 32년만에 내놓았다. 우리 시대 가장 인간적이며 한국적인 사진작가 장명확의 개인전 '달빛아리랑'이 8월30일~9월9일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렸다. 지난해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 기록집을 맡으며 교단과 인연을 맺은 그의 이번 전시는 1985년 떠난 40여 일간의 여행에서 남긴 기록이다. 당시 흑백필름 200통과 2개의 표준렌즈만을 들고 떠난 그는 대구에서 광주를 거쳐 부산으로 오는 국도를 걸으며 가장 향토적이며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그 필름들이 32년만에 빛을 본 자리로, 사진집 〈달빛아리랑〉과 함께 세상에 나왔다.

그가 숨겨두었던 사진을 내놓게 된 것은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네가 찍은 사진이 세상에 나오고 싶은 생명력이 있다는 걸 아니?"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30년 전 청춘을 메고 떠났던 여행길을 되짚으며, 그 길 위에서 만났던 이들, 마음에 새겼던 화두, 그 후로 오랜 시간 동행했던 흑백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내어놓는다"며 "사진을 보면 마치 최근처럼 당시의 감정이나 고민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원광대학교 등에서 수많은 후학을 양성한 대가인 그가 보는 32년 전의 사진에는 사진을 막 배우기 시작한 학생의 서투름이 그대로 보인다. 쑥스러우면서도 수줍게 보이는 그때의 추억을 내보이는 그는 "그때의 기억이 훗날 살면서 두고두고 힘이 됐다. 당시 내게 밥도 주고 재워준 시골의 인간미가 내게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선물해준 듯하다"고 회상했다.

특히 불교와 관련된 문화사진과 인물사진으로 잘 알려는 그는 지난해 교단과 작업했던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원불교 일이라 해서 무조건 오케이 하고 정상덕 교무를 만났다. 원래부터 관심이 많아서 다른 학교 제쳐두고 원광대에서 강의했었다"며 "일하면서 만나는 교무, 교도들 모두 한결같이 맑고 깨끗했다. 불교 관련 작업을 하며 만나는 스님들에게 원불교 자랑도 한다"고 밝혔다. 특히 4박5일 동안 총부에 머무르며 만난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도 표정 어두운 사람이 없었다"는 그는 원불교사진인협회와도 깊은 교류를 나눴다. 기록집 역시 정성스럽게 잘 나와, 그 스스로도 만족하며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는 "사진을 접하고 만들어내는 기회가 많아진 것은 좋지만, 깊이나 정성 등 사진의 맛은 점점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사진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자연이나 빛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고 짚으며, "스마트폰 등 일상적으로 찍는 사진은 즐겁고 행복하게 찍고 나누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