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성 도무/원경고등학교
정산종사께서 세우신 네 가지 계획(사대경륜)은 교재정비, 기관확립, 정교동심, 달본명근이다. 원기46년 12월, 정산종사는 시자에게 "이 네 가지 계획의 내역을 설명해 보라"고 말했다. 시자는 그 중 정교동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정교동심은 국가나 세계의 지도자들과 합심하여 정치 교화 양면으로 평화 세계 건설에 함께 힘쓰자는 것이다"고. 정산종사께서도 "네 말이 옳다"고 인증했다.(〈정산종사법어〉 유촉편 36장)

최근에 교단의 현실 참여 문제로 내부적으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는 정교동심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왜냐하면 교단의 사회 참여를 반대하는 분들이 내세우는 근거가 주로 정교동심이기 때문이다. 과연 정교동심을 종교가 정치에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정산종사가 세운 사대경륜에 정교동심을 포함시키신 본의가 무엇일까.

그런데 위 법문 내용만 놓고 보아도 정교동심이란 정치와 교화가 힘을 합하여 평화세계를 건설하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말씀이다. 무조건 대립하거나 야합할 것이 아니라 동심, 즉 한 마음으로, 같은 마음으로, 나아가 같은 목적으로 힘쓰자는 것 아닌가. 이는 곧 종교가 정치를 도외시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국가나 세계의 지도자들을 세계 평화 건설에 동참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 무엇보다도 정교동심의 분명한 목적은 '평화 세계 건설'에 있다. 그러므로 정교동심이 정부 정책에 협력해야 한다는 관점으로만 보는 건 매우 초보적 인식이다. 평화 세계 건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정부와 정책이라 할지라도 정교동심을 내세워 협력해야 하는가. 평화 세계 건설에 위배되는 국가나 세계의 지도자들과 합심해야 하는가. 평화를 생산하기는커녕 평화를 파괴하는 배은 세력과도 타협해야 하는 것인가.

소성리 성주 성지에 배치한 사드 문제도 안보나 경제의 의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정교동심의 목적인 '평화'의 관점으로 본다면 그저 정치(또는 정부)에 협력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물며 성지임에랴. 이것이 정교동심의 언명이라고 생각한다. 평화 세계 건설을 목적으로 할 때에야 국가나 세계의 지도자들과 합심하는 것이고 정치와 교화가 함께 하는 것일 뿐, 거룩한 이 목적이 선행되지 않는데도 협력을 내세운다면 이는 그 진정한 정신을 오도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당한 정책 집행에 누가 협력하지 않으랴. 그러나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협력해야 한다면, 독재 정부나 부패 정부와도 협력할 수 있고, 목적이 전도된 잘못된 정책이라도 묵인하거나 찬동해야 하기에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우리가 경제와 병력으로 세계를 어찌 호령하리오."(〈정산종사법어〉 국운편 32장) 그러므로 오직 이 나라의 새로운 대도덕으로 평화세계를 건설하는 데 종교적 양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 이것이 정산종사께서 정교동심을 강조하신 본의가 아닐까 한다.

※ 다음호부터는 정도상 작가의 사물들에 대한 단상이 연재됩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