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응주 교무/법무실
마음속 삼독오욕 버려야 청정한 도 성취한다
경계 없는 공부는 온실 속 화초와 같다

佛言- 夫人爲道- 猶如鍛鐵에 去垢成器라사 器卽精好인듯하야 學道에 漸去心垢하야 精進就道라사 行卽淸淨矣니라
"부처님 말씀하시되 사람이 도를 닦는 것은 쇠를 단련하는 것과 같아서 불에 녹이고 망치로 때려서 그 잡철을 다 빼어 버린 후에야 비로소 좋은 그릇을 이루는 것이니 사람이 도를 배울 때에도 점점 그 마음 가운데 때를 제거하면 행실이 곧 청정하여 스스로 불과를 얻으리라."


〈사십이장경〉 35장은 수도해가는 과정이 마치 좋은 그릇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는 말씀이다. 원철(原鐵)을 풀무에 넣어 녹이고 두드려서 잡철을 모두 떨어내야 좋은 그릇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수도인은 마음속의 삼독오욕의 번뇌와 상(相)을 버리는 수행을 계속해 나간다면 곧 청정한 도를 성취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대장간에서 필요한 도구를 만들려면 먼저 좋은 쇠가 있어야 한다. 좋은 쇠를 얻으려면 불순물이 섞인 잡철을 불에 넣어 풀무질해서 두드려 그 속에 들어있는 흙이나 녹 같은 불순물을 모두 떨어내야 쉽게 부러지지 않는 쇠를 얻을 수 있으며, 차가운 물에 담금질을 해야 단단하고 무뎌지지 않는 쇠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좋은 쇠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수도인도 마음공부를 함에 경계를 당해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진리에 다가설 수 있다.

부인위도 유여단철(夫人爲道 猶如鍛鐵)은 대범 사람이 도를 닦는 것은 쇠를 단련함과 같다는 말씀이다. 경계가 없는 곳에서 하는 공부는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와 같아서 어려운 경계를 당하면 바로 신심, 공심, 공부심이 물러나지만 경계 속에서 연마한 공부는 살아있는 공부라 실전에 강하다.

거구성기 기즉정호(去垢成器 器卽精好)는 더러운 것은 떼어내고 그릇을 만들어야 그 그릇이 정밀하고 좋은 것이라는 말씀이다. 대장간에서 풀무질과 담금질을 통해서 잡철을 떨어내고 떨어내야만 정밀한 그릇을 만들 수 있듯이 대충 대충 공부해서는 훌륭한 수도인이 될 수 없다.

점거심구 정진취도 행즉청정의(漸去心垢 精進就道 行卽淸淨矣)는 점차로 마음속의 찌꺼기를 버리고 정진하여 도에 나아가면 수행이 바로 청정해 진다는 말씀이다. 먼저 작은 습관을 고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세밀한 마음의 작용까지 놓치지 않고 고쳐나가는 공부를 쉬지 않는다면 시간의 조만은 있을지언정 진리를 깨닫게 된다.

대종사 대각 후 구술한 한시와 가사를 엮은 법의대전(法義大全)에 실렸던 싯귀가 대종경 전망품에 소개되어 있다. 그 중 한 구절인 "만학천봉답래후 무속무적주인봉(萬壑千峰踏來後 無俗無跡主人逢, 만 골짜기 천 봉우리 모두 밟아본 후에 속도 없고 자취도 없는 한 주인을 만났도다)"의 의미는 말할 수 없는 무수한 고초를 겪은 뒤에야 속되지도 않고 자취를 찾을 수도 없는 참 진리를 알게 되었다는 말씀이다. 이 글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인들께서 쉽게 도를 깨치고 법을 펴신 것 같으나 이는 결과만을 볼 때 그런 것이지 그 분들 일생을 알고 보면 고난 없이 성공한 분이 거의 없었다. 부처님도 육년간 설산에서의 고행이 깨침에 큰 영향을 미쳤고, 공자도 철환천하 하실 때 상가집 개 같다는 욕까지 들었으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4대 성인 중 한분으로 존경받고 있으며, 예수도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는 핍박을 받았지만 그의 정신이 지금까지 세계에 미치고 있다.

정산종사는 "그대들은 안으로 각자에게 갖추어 있는 금강 자성을 찾을 것이요, 자성을 찾은 후에는 금을 단련하는 이가 금 가운데 갊아 있는 잡철 사석의 유를 제거하고 정금을 만드는 것 같이 잡념을 제거하고 또 제거하여 기어이 청정 심지를 만들 것이요 (하략)"고 말했다.(〈정산종사법어〉 경륜편 3장)

청정한 마음을 만드는 길이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잡념을 제거하고 또 제거하는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것임을 말씀했다.

소태산 대종사도 한 제자가 식당 고역에 골몰하여 얼굴이 빠져감을 보시고 "너희가 일이 고되어 얼굴이 빠짐이로다. 너희들이 이 공부 이 사업을 하기 위하여 혹은 공장 혹은 식당 혹은 산업부(産業部) 등에서 모든 괴로움을 참아 가며 힘에 과한 일을 하는 것은 비하건대 모든 쇠를 풀무 화로에 집어넣고 달구고 또 달구며 때리고 또 때려서 잡철은 다 떨어 버리고 좋은 쇠를 만들어 세상에 필요한 기구를 제조함과 같나니,(중략)그러므로 저 풀무 화로가 아니면 능히 좋은 쇠를 이뤄내지 못할 것이요 모든 괴로운 경계의 단련이 아니면 능히 뛰어난 인격을 이루지 못하리니, 너희는 이 뜻을 알아서 항상 안심과 즐거움으로 생활해 가라"고 말했다.(〈대종경〉 교단품 8장)

대종사가 키우고자 했던 정금같은 불보살은 그냥 생각으로만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괴로운 경계를 넘지 않으면 뛰어난 인격을 이룰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 결코 퇴전하지 않는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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