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석 교무/원불교커피협회
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 푹신한 의자. '효리네 민박'을 따라한 듯한 가지런한 차도구. 정성 가득 사랑 두 스푼 미소 한 방울 마법 같은 레시피를 간직한 바리스타. 교도와 교당 사이엔 카페가 있으면 좋겠다. 마고, 유달리, 마음&마음, 마음자리, 봄날의 다락방, 하늘, 마음브루잉, 소태산, 두드림, 나무, 둥근, 이룸, 빈맘, 운형수제, 다온, 정다운, 참 좋은 커피생각, 실버 행복이 오는 집 등….
이것은 원불교 교당 또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이름이다.

가장 최근 개점한 곳은 화성원광종합병원 별관에 자리잡은 카페 '빈맘 Bean MoM'이다. 원창 식품사업부가 식음료사업 분야에 도전장을 낸 1호점으로 이세명 교도가 점장을 맡아 운영 중이다.

청소년 법회를 마친 뒤, 교당 밖에서 아이들과 간식을 나누는 교무. 아이가 마음껏 떠들고 놀아도 되는 공간을 찾는 엄마. 에너지를 함께 나눌 공간 찾아 떠나는 대학생·청년. 카페는 이들 모두의 웃음과 희망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일까? 카페가 자리한 교당이 증가 추세이다.

새로운 원불교 청년 문화를 일구어 갈 '우리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양은선 교도(전 원불교대학생연합회장)도, 원래부터 열심히 활동하던 청년도, '원불교 대학생리더십 스쿨'로 새롭게 모인 대학생도, 선배와 후배가 언제든지 모여 서로의 마음을 부딪치고 에너지를 함께 나눌 공간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공식적인 회의를 할 때는 교당에서 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일로 모여야 할 때는 카페 혹은 어딘가를 전전해야 한다. 지정된 장소가 없는 불안정은 곧 만남의 불연속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열정 가득한 청년들이 스터디를 맘껏 할 수 있고, 인문학 강연과 공연으로 새로운 만남이 있는 곳.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페가 필요하다.

예회 때 불단 위를 서슴없이 올라가는 아이. 기도 중에 마이크를 빼앗거나 법당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는 건 예사다. 아이는 아무 눈치도 걱정도 없지만 아이엄마는 진땀 흘리는 풍경. 예회 후도 마찬가지다. 교화단원들과 담소도 나누고 법담을 즐기려 해도 아이와 함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기에 교당 대문을 서둘러 나선다. 이들에게 많은 건 필요치 않다. 아이에겐 안전한 장소와 먹거리, 건전한 장난감 몇 개만 있으면 되고, 엄마에겐 포근한 의자와 향기로운 커피 한잔이면 충분하다.

중남미 최악의 범죄 국가 엘살바도르에 나타난 젊은 정치인 나이브 부켈레(36·산살바도르 시장)는 최근 엘살바도르에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사업가 출신인 그는 청소년 교육·복지 강화 등의 정책과 젊은이를 위한 문화 시설을 대거 투자해 1년만에 산살바도르의 범죄율을 16% 가까이 낮췄다. 또한 취임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88%라는 놀라운 지지를 받고 있다. 부켈레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는 여론은 46.5%에 달한다.〈중앙일보 2017.10.08.〉

공유경제 이야기가 무성한 요즈음 원불교 교단 초기의 공회당이 생각난다. 공회당은 원기14년 양잠실로 쓰기위해 소태산 대종사가 친히 감독해 지은 건물이다. 당시 가장 큰 규모의 다용도 건물로 봄과 가을의 양잠기간에는 농업부에서 전용하고, 그 외의 기간에는 선방이나 대중의 휴식 공간으로 썼다.

남녀 학인들이 고추 작업을 할 때면 소태산 대종사께서 "너희가 일만 한다 하면 지루하니까 소창을 한다 생각하게 축음기를 갖다 틀어놓고 춘향전에서 절개를, 심청전에서 효성을, 흥부전에서 우애를 배우라. 일 중에서 공부하는 것이 둘 아닌 길을 배워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앞으로의 교당', '미래교화', '전환과 공유' 지금 시대는 새로운 교화동력의 자리가 필요하다.
한주동안 꽁꽁 잠겨 있고, 일요일 예회 때만 문을 여는 비밀의 화원 같은 교당에 '카페'라는 완충지역이 있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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