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산종사와 함께한 서석순 박사(사진 오른쪽)
불교재산관리법에서 단독 종교법인 분리
정부 초대 총무처 장관 역임

[원불교신문=나세윤]  교단이 불교재산관리법(1962년) 제정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단독 종교법인으로 분리하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던 석산 서석순(碩山 徐碩淳·법명 경재) 박사가 9월9일 미국 휴스턴 자택에서 96세로 열반에 들었다. 종재는 27일 휴스턴 자택에서 가족과 교무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과도정부의 초대 총무처 장관을 역임한 뒤, 31세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교수(8년)로 부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여 년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좌산상사는 종재를 앞두고 "서 박사는 교단이 불교재산관리법 문제로 고민할 때, 종교심의위원의 한 분으로 힘써줬고, 부인 이영자 교도는 장수 정화사(교서편수기관)의 특별한 인연인 인타원 이대기화 교도의 딸이다"며 "대산종사가 왕궁 주석할 때 시자로 있으면서 원불교 세계화를 위해 미국방문을 수차례 건의 드렸고, 그 덕분에 하와이까지 모시고 간 기연이 있다. 공로를 생각하면 명예대호법이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부연하며 해탈천도를 기원했다.

한인신문인 휴스턴 〈코리아월드〉는 2면을 할애해 "휴스턴 한인동포 큰 별이 지다"라는 제목으로, 그의 삶을 추모했다. 신문은 "학계에 처음으로 미국식 정치학의 기초를 세웠고, 세계를 바라보는 국제적인 시각과 실증적 이론과 기초를 세우며 미국식 학풍을 국내에 도입했다"며 "그의 가르침은 학생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시각으로 국가와 정치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민주사상의 밑거름이 되었고,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줬다"고 기사화했다.

이어 "굴욕적인 한일회담반대선언문을 주도하며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합의가 없는 유사민주주의는 결코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이후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고초를 겪었고, 군사정부는 그에게 정치교수 1호라는 억지오명을 씌워 국내에 머물 기회를 박탈, 타의반 자의반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고 추모했다.

국회의원 3선을 지낸 유재건 변호사는 "서 박사님은 민주주의의 정신이 몸에 밴, 그래서 가르침과 행동으로 우리에게 민주적 사고를 심어주셨던 분이다"이라고 기억했다. 그와 아내 이영자 교도는 휴스턴교당 교도로, 열반 전까지 자택에서 법회를 보는 등 교도로서 정성을 다했다.

[2017년 10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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