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교화단 총단회가 끝나고 교단 과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본지는 교단의 세 가지 중요정책을 선정해 그 쟁점과 향후 과제를 살펴봤다.
2주 전무출신 용금제도개선
3주 교화구조개선 현주소
4주 전무출신 역량강화
 

▲ 대전충남교구가 형제자매교당 추진으로 교화구조개선을 본격화하기 위해 각 교당 재가출가 교도를 대상으로 7월13일 정책 공청회를 열어 대중의 의견을 경청했다.

단독교당 인사배치가 성행한 때가 있었다. 전국에 교당 수가 급속히 늘어난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 개교반백년기념대회(원기56년)가 한창이던 시절이다. 당시 교단은 8년간 교화 3대 목표로 '연원달기, 교화단 불리기, 연원교당 만들기'를 추진해 2배 이상 교세를 성장시켰다. 면면촌촌에 신설된 교당에서 교화는 성장세를 탔고, 출가교역자의 사기는 높았다. 하지만 35년 전부터 교화에 '노란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교단은 이렇다 할 혁신 없이 수십 년째 교화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구 사무국장협의회에서 '영세교당(미자립교당 및 교화낙후지) 해결방안 모색'을 주제로 심도 있는 토의가 진행됐다. 기저에는 원기101년 정기인사에서 교화현장이 요청한 인력은 350명인 반면, 실제 배치된 인원은 320명에 불과해 심각한 인력난이 드러났다. '교무 없는 교당'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교화구조개선에 있어서 교당 통·폐합이 선제 조건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인력수급난을 보더라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두고 10년 넘게 교정 핵심정책으로 떠올랐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 '교화구조개선'의 과제를 짚어봤다.

8가지 핵심 과제

원기102년 정책연구소는 '교정 정책 제안을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해, 9월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의 첫 번째 질의였던 '교화활성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에 대해 재가 교도는 교화구조개선(81.4%)을 1위로 꼽았다. 출가 교도는 교역자 역량강화(75.8%)를 우선순위로 답했지만, 뒤이은 교화구조개선(75.6%)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교화현장의 요구가 높은 만큼 올해 총단회에서 양제우 교화훈련부장은 협의안건으로 '교화구조개선 추진의 지속성과 제도화 구축의 건'을 주제로 8가지 핵심 과제를 내놓았다.

양 교화훈련부장은 "원기92년에 교단 혁신을 위한 교화구조개선 논의가 진행됐지만 교단의 고질적 문제인 잦은 인사이동, 전문성 결여, 책임자 부재 등으로 어느 것 하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정책연구소의 정책 제안에 바탕해 향후 8가지 핵심 과제를 ▷교구편제 조정 ▷교당 구조조정 ▷인사제도 개선 ▷교화단 활성화 ▷훈련강화 ▷재가역할 확대 ▷사이버교화 확산 ▷교당운영의 다양화로 선정해 지속성 있는 논의구조 정착을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중에서 내년부터 시행 가능한 '인사제도 개선(인사공모제와 교화역량자 전진배치)'은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교구 법인 분리·통합 기로에 서다

하지만 이날 출가교역자들은 교구편제 조정과 법인문제, 미자립교당 정리 및 공동교화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교정원의 정책 실행 의지'를 지적했다.

교구 편제에 있어서 교정원은 수도권 인구집중화 현상에 대비해 대교구제를 제안했지만, 실상 교화현장은 '법인 분리와 통합'의 기로에서 한걸음도 떼지 못했다. 원기95년부터 시행한 교구자치제를 위한 법인분리는 로드맵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전문성 없는 출가교역자가 법인사무를 맡으면서 재정손실과 행정적 결함을 가져왔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교정원 법인사무국 조성언 교무는 이날 "교화구조개선의 걸림돌이 법인분리에 있다"고 냉철하게 짚고, "회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법인분리를 시행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교화구조개선은 교구자치제가 선행돼야 하며, 이미 수위단회 결정사항이니 문제를 극복하며 법인분리를 시행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교단은 재단법인 원불교를 포함해 9개 법인을 가지고 있다. 향후 시행예정인 종교인과세에 대비해 교정원은 내년 6월 안에 전문연구진의 자문을 받아 이 문제를 압축해 가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법인 분리·통합에 대한 합의 없이 교구자치제 정착은 요원해 보인다.

왜 교당 통·폐합인가

교화구조개선의 8가지 과제 중 가장 민감한 사항은 '교당 구조조정'이다. 현재 교단은 국내에 특급지 31개, 1급지 44개, 2·3급지 156개, 4·5·6급지 289개 교당이 분포돼 있다. 비율로 보면 특·1·2급지가 159개 교당으로 전체 30%를 차지하고, 3~6급지는 361개 교당으로 70%에 이른다. 앞으로 경기침체·인구감소 진행 속도를 감안하면 4·5·6급지에서 근무하는 전무출신의 수는 증가하고, 사기저하와 상대적 박탈감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정원은 전무출신 사기저하 방지와 교화활성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미자립교당은 인사배치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교화훈련부에서 제시한 미자립교당은 20년 이상 된 교당을 기준으로 30명 미만 교도 출석, 1년 총 수입이 3천만 원 미만, 일반교도가 10명이 되지 않는 교당을 말한다. 원기101년 교화통계(국내 521개 교당)를 보면 '20년 이상 된 교당' 중에 전체 법회출석수가 30명 미만인 교당은 57개, 전체 법회출석수가 30명 미만이면서 총수입이 3천만 원 미만인 교당은 56개, 일반교도 법회출석수가 10명이 안 되는 교당은 26개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정원에서는 너무 열악한 환경에 전무출신 인사배치를 할 수 없다며, 개인의 교화 열정에 앞서 교화구조개선이 선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교화훈련부장은 "특·1·2급지에 근무하는 교역자 수를 늘리고 전체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켜 함께 뛰는 교화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원기102년 실근무 출가교역자 1441명 중에 365명이 교화현장에서 단독교무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교구와 대전충남교구는 중·단기 계획으로 교당 통·폐합 및 공동교화를 추진해 교화구조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결국 정책 실행의지가 교단 개혁의 동력인 셈이다.

 

시급한 출가 역량강화, 복지개선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교화구조개선 8가지 과제에 인력수급은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특히 교화활성화를 위해 특·1·2급지 혹은 거점교당에 교화역량자를 전진배치하려면 현재와 같은 인재양성 시스템으로는 기초 없는 공사가 되기 십상이다.

정책연구소의 이번 설문결과에 따르면 '인사공모제'에 대한 요구는 재가교도(86.7%)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세부사항으로는 50세 이하, 특급지 교당, 서울경기권 재가교도들의 찬성표가 많았다. 반면 출가교도의 인사공모제 필요성은 총부·교구가 1위, 교당이 제일 낮게 나타났다.

정책연구소 조인국 교무는 "이는 출가교역자의 교화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열악한 교당환경이 빚은 결과로, 교화 정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팔방미인을 요구하는 교화현장에서 교화역량에 대한 기준 없이 인사공모제를 실시한다면 또 다른 교역자의 사기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특급지, 수도권 중심으로 인사공모제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만큼 전무출신 기본권인 용금제도가 이번 교정원에서 좌초된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전무출신의 복지 향상 없이 교화구조개선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3대3회말 원기108년을 향하여

실패의 원인은 언제나 나토(No Action Talking Only)에 있다. 어느 재가교도가 정책세미나에서 "혁신은 반드시 리스크가 따른다"며 정책 결단을 하지 못하는 교단에 대해 일갈했다. 교단은 30년 넘게 '교화혁신'을 설계하면서 가장 바탕이 되는 '인농(人農)'에도 큰 수확을 얻지 못했다.

원기56년 개교반백년기념대회에는 전 교역자가 합력해 교세확장을 이뤘다. 4차 산업혁명은 협업과 소통이 키워드다. 원기108년 교단 3대3회말은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교화구조개선'에 전력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한시적이지만 아직 기회가 있다. '행복한 정신개벽 공동체'를 위한 101-103 교정의 강력한 뒷심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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