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상 작가/북일교당
첫 날. 몸에 담겨 있던 마음이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을 '첫 날'이라고 한다. 성주를 듣고 일원의 밝은 빛을 보았다면 영은 대자유를 얻고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해탈 천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리 죽음을 예견하고 준비한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대자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대자유의 길은 법위등급과 상관없이 법력이 드높은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길이다. 시골에서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평범한 할머니라도 드러나지 않은 법력을 허공법계로부터 받았다면 즉시 법신불사은의 세계로 갈 것이요, 종사위에 올랐다 하더라도 겉법력만 보여주고 속법력을 쌓지 않았다면 윤회의 천업을 돌고 돌 것이다. 입으로나 사업성과로는 공도자의 길을 걸었지만 실상이 아니라면, 그가 비록 여래위의 법위등급을 받았다 하더라도 허공법계가 대자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승에서 사람을 속일 수는 있으나 허공법계에서 진리를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첫 날, '만물의 씨앗을 온 우주에 뿌리는 세계' 즉 허공법계가 짙은 푸른색을 뿌릴 것이다. 장엄하며 눈부시고 맑은 그 빛은 '진리의 세계에서 나오는 지혜의 빛'이며 '깨달은 자의 빛'이고 법신불사은의 가슴에서 나온 빛이다. 성주의 인도를 따라 그 빛을 믿고 따라가야 윤회의 천업을 끊고 법신불사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푸른색 뒤에 어두운 흰색의 빛이 따라 나오는데 천상계에서 비치는 빛이다. 천상계는 육도의 세계 중에서 첫째로 꼽히는 하늘의 세계이다. 천상계는 '신들의 세계로서 모든 욕망이 충족될 수 있고, 모든 즐거움이 온전히 갖추어진 세계'로 알려져 있다. 육도 윤회의 천업에서 벗어나 대자유를 얻으려는 순간, 천상계의 유혹이 시작되는 것이다.

천상계의 유혹은 달콤하다. 영이 푸른색의 일원대도를 향해 나아가다가 천상계의 흰 빛을 보고 멈칫거리는 순간, 푸른색의 일원대도는 가차 없이 닫히고 만다. 대자유는 그토록 찰나적이다. 대자유로 가는 문은 항상 열려있는 것이 아니다. 찰나라도 멈칫거리는 것 자체가 이미 업장을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천상계가 모두 28개의 천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28천은 크게 무색계(無色界)의 4천과 색계(色界)의 18천, 욕계(欲界)의 6천'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욕계의 가장 낮은 단계의 천에 다시 태어나는 것도 십선(十禪)을 닦아야 겨우 가능하다. 십선이란 '몸(身)·말(語)·마음(意)으로 짓는 10가지 종류의 선업(善業)'을 말한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60억 명의 인류 중에서 겨우 백여 명이나 가능할 것이다. 사정이 저러하니 천상계의 흰 빛이 보이는 순간, 그 빛에 유혹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 유혹의 순간에 머뭇거리게 되면, 법신불사은에게로 가는 일원대도는 닫히게 된다. 지금부터 령은 육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중음의 세계를 여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여행의 종점은 환생이다. 이 여행을 통해 육도의 어디에서 환생할 것인가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 결정의 근거는 이승에서 쌓은 업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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