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우리는 이따금 상대의 행복을 나의 기준에서 바라볼 때가 있다. 내가 정한 행복의 기준을 잣대로 타인의 행복을 재고 평가한다. 저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등지고 "아닐 거야. 나라면 정말 힘들 것 같아" 라고 내 방식대로 생각을 한다. 이러한 생각이 많이 들 때가 있다. 바로 여행을 갔을 때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마주할 때 나는 내 입장에서 그들에 대한 평가를 잘 내린다. 아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보고 느끼는 대로 생각을 많이 하는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문명의 발달이 덜 한 곳을 갔을 때는 더 그러하다. 지난 주 교구에서 필리핀으로 문화연수를 다녀왔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청아한 하늘이 너무 아름다운 필리핀의 자연보다도 더 먼저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매끄럽지 않은 도로와 그들의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로 인해 가득한 매연이었다. 하수구 작업이 원활하지 않아 거리 곳곳은 물이 빠지지 않았고, 전기도 환히 들어오지 않는 판잣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의 기준에서 볼 때 그들은 행복과는 반대여야 했다. 다음 생에라도 이런 곳에서 태어난다면 어떡하지 하는 경각심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런데 나흘 간 필리핀에 있는 동안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라카이 시내에서 구경을 하고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숙소에 들어오는 길이었다. 꽤 젊어 보이는 청년 운전사는 연신 콧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위해 음악을 틀어주고 자신이 만든 조명을 켜주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우기철이라 날씨가 좋지 않은 탓에 불만도 생기고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웃으며 신나게 운전을 하는 청년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같이 즐거워졌다. 문득 그 청년에게 감화를 받은 느낌이 들었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하는 것이요,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아하나니, 내 마음에 섭섭하거든 나는 남에게 그리 말고, 내 마음에 만족하거든 나도 남에게 그리 하라. 이것은 곧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이니, 이와 같이 오래오래 공부하면 자타의 간격이 없이 서로 감화를 얻으리라." (〈대종경〉 인도품 12장)
 
비단 그 청년뿐 만이 아니었다. 숙소 곳곳에서 안내를 하는 직원들도, 거리에 나와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막힌 하수구를 뚫는 작업을 하는 인부들도 내가 본 그들의 얼굴에는 조금도 짜증을 내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다. 늘 즐거웠고, 행복해보였다. 오히려 여행을 온 우리들이 성에 차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불평을 하고 있었다.

문명의 발달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조금 더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산다고 해서 다 행복하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필리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의 모습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그 모습 자체에서 감화를 얻고 교화가 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스스로 행복하고 스스로 즐거우면 내 옆에 있는 상대도 그대로 그 기운이 전해진다. 서로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 감화란 그런 것 같다. 나 역시 이 점을 명심하고 교화에 임해야겠다.

/광주교당

[2017년 1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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