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인 교도

 

재미없는 영화

1호선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 2호선 센텀시티역에 내려서 힘들게 영화의 전당에 갔다. 인터넷에서 예매해둔 자리의 표를 뽑아 일찍 도착한 친구와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가 너무 앞이라 표를 바꿔달라고 해 순조롭게 바꾸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콜라도 사서 맛있게 먹고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영화는 세상 노잼이었다. 화가 났다. 그 순간 주마등처럼 스치는 나의 고난과 교통비. 다신 보기 싫다. never.

문답감정: 영화관에 힘들게 가기는 했지만 친구들과 맛있는 거 사먹으며 적당하게 자리도 바꾸고 기분 좋게 앉았는데 영화가 재미없는 경계 따라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마음이구나. 교통비며 힘들게 온 것까지 억울해지면서, 즐겁고 기분 좋기도 하다가 어느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무엇이 들어서 마음은 이런 조화를 수시로 부리고 있는 걸까?

수세미 뜨기 경계

오늘 5교시 가정시간에 코바늘뜨기를 했다. 수세미를 총 2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된다면서 선생님이 급하게 진도를 나갔다. 처음에는 시범대로 잘 따라 갔지만 단계가 올라갈수록 속도는 느려졌고 내 마음처럼 쉽게 떠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에는 포기하고 싶었다. 앗 경계다. 한번 밀리니 다음 단계부터는 쭉쭉 밀려서 더욱 힘들어졌다. 친구가 대신 떠주면 떠준 친구와 함께 모두 감점이지만 친구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그래도 나는 성질을 죽이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친구가 완성한 것과 내가 완성한 것을 봤을 때 친구 수세미 모양이 훨씬 더 예뻐서 짜증나고 부러웠다.

문답감정: 뜨개질 경계구나. 이 마음 충분히 이해된다. 선생님도 이런 거 못해서 가정시간이 너무 싫었거든. 남에게 부탁도 못하고 잘 되지도 않고 엄청 마음이 급해지고 조바심이 났겠다. 결국 다 떠놓고 봐도 친구의 수세미 모양이 더 예뻐서 짜증과 부러움까지. 그래도 끝까지 노력해서 내 힘으로 완성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예쁜 모양으로 잘 뜨고 싶은 애살 많은 내 마음이구나.

귀차니즘 경계

머리를 안감은 날이다. 너무 씻기 귀찮았다. 근데 폰을 하다가 앞머리가 딱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기에 순간 미용실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앗 경계다. 미용실 가려면 머리를 감아야 되는데 귀찮다. 하지만 너무 가고 싶은 나머지 머리 감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10분 동안 했다. 억지로 씻긴 씻었지만 미용실 가기가 귀찮아서 또 고민을 했다. 하지만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엄마가 갑자기 마트에 가자고 했다. 정말 시간만 버렸다.

문답감정: 정말 손가락 하나 꼼짝 하기 싫은 날이었나 보네. 미용실에 가보려고 그렇게 고민했는데 한순간 마트로 모든 것이 결정돼 버리다니 허망했겠다. 마음은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공 같아 그냥 마트로 끌려가면서도 이렇게 마음을 공부했으니 장합니다.

버릇없는 경계

오늘 아침에 피자 먹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가 배치고사 성적을 유지하면 피자 10판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콜 했더니 엄마가 성적유지를 절대 못한다에 피자 10판을 건다고 하는 것이다. 앗 경계다. 기분이 무진장 안 좋아져서 속으로 해선 안 될 말을 했다.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근데도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더 자존심이 상한다. 우울하다.

문답감정: 나는 진심 피자도 먹고 싶고 성적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콜 했는데 엄마가 성적을 가지고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 보고 약 올라하는 마음이구나. 나에게 격려는 안 해주고 은근 무시하는 것 같아 성질나서 욕도 따라 나오고. 마음이 많이 요란했겠다. 그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구나.

<부산중앙여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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