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전충남교구가 ‘교구법인 통합 다시 할 것인가’ 토론회를 주최, 법인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교구법인 통합 다시 할 것인가’ 토론, 배현송·조성언 교무 발표
전문가 교도 자유로운 토론 참여…교화 성장 방향성 고려해야

이견이 분분한 교구법인 문제에 대해, 재가출가 교도가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14일 하이원빌리지에서 열린 '교구법인 통합 다시 할 것인가?' 토론회는 서울교구와 대전충남교구가 공동 주최, 발표와 함께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토론회는 송천교당 배현송(전 기획실장) 교무의 '교구자치화의 방향에 따른 교구법인 설립'과 교정원 법인사무국장 조성언 교무의 '교구법인 분리에 따른 문제' 발표로 시작됐다. 교구 분리법인의 취지와 진행과정을 되새기는 한편, 현재의 문제점과 한계를 짚었다.

원기95년 정기원의회에서 서울과 대전충남·부산교구 법인분리를 승인하며 본격화된 교구법인은 현재 9개의 종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과 한계가 발생함에 따라 통합으로 회귀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총단회 및 교구장협의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구법인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며, 담당자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획부터 십수년을 이어온 문제이나 이렇다할 진척이 가시적으로 크지 않고, 잦은 인사이동과 전문성 결여 등 법인분리의 성패를 온전히 판단하고 취사할 인력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날 서울교구와 대전충남교구가 주최한 토론회에는 교구들은 물론, 교정원 산하 부서들에서 대부분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교구법인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 개교당의 유지비 같은 전산 처리 문제나 실제 법인분리에 따른 교화 현장에서의 변화나 반응은 거의 이야기되지 못했다.

교구자치제 및 법인분리를 진행했던 배 교무는 당시의 의도와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교구통폐합을 통해 대교구제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 교무는 법인분리의 난제들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불완전한 재산분리와 사용, 교구자치제 목적 달성에 비효율적인 법인분리 등으로 교구자치제 완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교구운영 및 교의회 의사결정은 교단법으로 얼마든지 보장받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지금은 원불교다운 교구자치제 완성을 위해 일보 후퇴할 때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의견이 나온 가운데, 특히 전문성을 갖춘 재가교도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회계사 김성철 교도는 "서울 등 몇몇 교구는 많은 부분이 이전되어 있는 상태다. 이를 되돌리는 것보다는 대교구제로 변환시키는 방안이나 실정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법무사 장시재 교도는 "법인분리 상태에서는, 한 교구가 잘 되면 교역자들이 다 그 교구로 몰릴 것이며 어려운 상황의 교구를 지원하기도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전 산업연구원장 김도훈 교도는 "최근 토론들의 전문성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들 어려움을 겪다보니, 원론과 잔가지들이 섞여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김창규 서울교의회의장은 자료에 '원불교 신도헌금 사후관리 대상 여부 검토'에 대한 법무법인 김앤장의 의견을 첨부했다. 그는 "현재 법인분리의 당위성이나 현실적인 문제들로 결론을 내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며, 법인사무국의 전문성이 90~95%라 하여도 주변부의 전문성 5~10% 여하에 따라 답이 반대로 나올 수도 있다"며 "정확한 상황 판단과 전망 타진을 위해, 법인 사무국장과 서울·대전충남교구 사무국장과 팀을 꾸려 전문적인 컨설팅을 진행해 원기103년 2월 중으로 검토보고서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과 대전충남교구 교구장은 마지막에 의견을 전했다. 황도국 서울교구장은 "오늘 토론회로 재가출가 입장차를 알 수 있었으며, 법인분리를 의식 향상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인상적이었다"며 "그러나 교구자치 분리는 곧 법인분리다. 교구에 힘을 주는 방향은 의식 수준을 조건하는 것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인분리 추진을 3대말 이후 고민하자고 하는데, 결국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데는 큰 궤를 함께 한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려다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다시 돌아가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정풍 대전충남교구장은 "교구법인, 교구자치는 교단발전을 위한 하위개념이다"며 "현재 정부나 시대의 흐름은 지방 자치를 넘어 지방정부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솔직히 지방 교구 하나가 서울 한 지구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단과 교화 발전을 살펴볼 때, 법인 통합은 이에 역행하는 처사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제까지 주로 교정원에서 이어오던 교구 법인분리 문제를 재가출가가 자유롭게 토론한데 의의가 크다. 특히 전문가 재가교도들의 의견과 함께, 교구자치제와 교구 법인분리에 대한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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