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혜범 교도/월명교당
거북바위 아래 은생수로, 사은의 은혜로 충만해져
성주성지는 정산종사 삼동원리 실천의 본 고장

원기102년 11월5일 성지순례 날, 성지순례버스가 평화의 땅을 향하여 달리고 있다. 포도위에 깔린 새벽안개가 성지순례 사은의 꽃으로 차창에 내린다. 참 좋은 아침이다. 버스 속으로 들어가자 나도 모르게 즐겁고 기쁘다. 일행이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원로 여러분이 나오셔서 앉아 계셨다.

금강대교를 지나 서천을 지날 때 성지순례 단장인 교무님이 슬기 넘치게 교도를 이끈다. 버스가 고속도로 씽씽 달릴 때 언덕안개 젖은 노란 은행잎, 단풍드는 칡넝쿨 잎 새, 하회탈 웃음 지으며 지나가는 새하얀 억새꽃이 성지순례길 나그네 가을정취로 몰아가며 밤에 우는 돌 섶 귀뚜라미 울음으로 들린다.

차창 밖 가을 정경에 쏠리고 있을 때 회장님과 젊은 교도들이 무릎 밥상에 아침밥을 안겨준다. 맛난 메뉴들이 노인의 식욕을 배가 시킨다. 월명교당 젊은 교도들의 요리솜씨, 찰밥과 명태국물이 입맛을 돋운다. 많은 교도들에게 먹는 복을 제공하는 요리박사들에게 두 손 들어 큰 박수 보낸다.

버스에서 하상덕 교무 집도로 순례길 안전과 성주사드 평화설명기도를 시작으로 법문을 열고 아침기도 올린다. 승객을 실은 버스가 김천휴게소에서 잠시 머물고 11시 조금 지나 정산종사 탄생가에 순례객을 내려놓는다. 일정에 따라 성주교당에서 사드 반대 기도를 하기위해 들어가려는데 미도착 교당으로 인해 기도터 거북바위 아래 정산종사 은생수를 받아 마셨다. 역시 머릿속까지 맑아지며 마음이 사은님 은혜로 충만해진다.

주임 교무님의 "성주성지가 정산종사님 삼동윤리실천의 본 고장이 되었다며 미래 정신문화 세계의 북극성 되어 사드로 인한 세계석학들이 모이는 이때, 원불교인은 대종사의 법에 따라 삼동윤리,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는 설교가 사드현장 팔마산야에 메아리친다. 원불교인으로서 후련하고 속 깊은 설교였다.

이어 월명교도들은 성주교당 잔디밭에서 점심공양을 한다. 월명교당 성지순례교도 38명을 위한 젊은 교도들의 맛 솜씨가 대단하다. 돼지볶음, 장아찌, 무침, 명태국. 까다로운 내 입맛과 찰떡궁합이다. 성찬에 감격한 '맛있다'를 연발하는 칭찬하는 목소리들이 파랑새 소리보다 예쁘고 아름답게 들린다.

솔밭 오솔길 따라 성주교당 주임교무로 정산종사 탄생가 주변 순례 길을 걸었다. 17년간 성주성지를 숲으로 쌓이게 만든 조경박사 교무님께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 안가 팔마산에서 내려 흐르는 성천(星川)도로 중안에 사드 반대 격전잔해가 쌓여있다. 가슴 아린 풍경이기도 하다. 몇 발짝 안 걸면 생가가 순례객을 맞아 들인다.

나는 성지 순례 고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앞 뒤뜰에서 부엌 아궁이까지 들여다보며 정산종사님의 향기를 맡으러 다녔다. 뒤뜰 감나무에 빼꼭하게 남겨놓은 까치밥 홍시를 보면서 이웃 사랑향기도 맡았다. 일행이 정산종사 제2 생가터로 향했다. 그 곳은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곧 복원할 것이란 설명에 위로가 된다.

마지막으로 거북바위 순례를 마치니 하상덕 교무님이 세종대왕 10왕자 태실로 인도했다. 고교시절 역사책에서 배웠으나 현장체험은 처음이다.

태실 주차장에 하나로 버스가 멈추자마자 능선 계단을 밟고 일행보다 보다 한발짝 먼저 오른다. 세종대왕은 명군(明君)으로 명 지관(地官)이었다. 옥빛 하늘 아래 울긋불긋 가을단풍 하트지형에 옥문 뒤에 태봉이 우뚝 서있는 걸 보니 여기가 "무릉도원(武陵桃源)이로다." 탯줄은 왕비의 옥문에서 잠자고 있다. 관망하고 내려오며 "상덕 교무님 정말 옥문이네요." 내 속살 말에도 교무님은 빙그레 미소를 띄운다.

원기102년 중앙교구 월명교당 사드평화기원 성주성지순례는 팔마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사은의 '은생수' 벌컥벌컥 마심으로 해피 더 앤드(Happy The En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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