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1988년 작은 TV속에 펼쳐진 장면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넓은 운동장에 태극마크를 단 운동선수가 라인을 돌며 불붙은 성화를 들고 뛰는 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의 현장이 꽤 인상 깊었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 다시 그 열정이 한국을 세계의 중심에 서게 하고 있다. 바로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성화봉송이 지난 11월1일에 개최국인 우리나라에 도착해 현재 전국 곳곳에서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동계올림픽의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은 오심판정에 울고 웃으며 나도 함께 빙판을 달리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경기를 보곤 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올림픽 경기를 볼 때만큼 애국심이 불타오르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선수가 금빛 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면 내가 한국인임이 참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선수들이 몇 십 년을 고생하여 흘린 땀과 노력보다는 메달의 색으로 평가하고 대우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도리어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 대회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운동회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면 3등 안에 든 사람만 손목에 도장을 받고 상품으로 공책을 받았다. 그 도장이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며칠이고 지워지지 않게 조심했는지 모른다. 나와 함께 뛰어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을 나는 나 혼자 잘 뛰어서 받은 줄 알고 마냥 좋아했다.

대산종사, '승부의 도'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1. 남을 이기는 것이 참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기는 것이 참으로 이기는 것이다. 2. 이기지 아니할 자리에 이기면 반드시 지는 날이 있고 져 주어야 할 자리에 지면 반드시 이기는 날이 있다. 3. 최상의 승리는 실력에 있고 실력은 곧 진실한 노력에 있다.(중략) 온 세상 사람이 이기기는 좋아하고 지기는 싫어하나니 그것은 이와 같은 승부의 도를 모르거나 안다 할지라도 실행이 없는 까닭이라, 그러므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상대심과 경쟁심을 돌려 감화와 감복으로 참된 진화의 도를 실현하여야 개인이나 세계가 다 같이 영원한 평화와 참다운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느니라."(〈대산종사법어〉 운심편 41장)

우리는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을 최고로 알고 산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메달만을 기억한다. 메달을 목에 걸지 않은 선수들이 훨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기기 위해서는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성공보다는 노력이라는 말을 한 번 더 새길 필요가 있다. 진실한 노력의 마지막은 이기고 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내 마음이 충만하고 후회 없는 가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스스로 승자가 되는 행복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가 모든 사람들에게 감화와 감복으로 평화를 안겨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전 세계에 널리 비춰지기를 바란다.

/광주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